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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니 '8과 1/2'의 뮤즈, 伊 배우 카르디날레 별세

연합뉴스

2025.09.2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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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니 '8과 1/2'의 뮤즈, 伊 배우 카르디날레 별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매료시켰던 이탈리아 여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별세했다고 AFP·AP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7세.
카르디날레의 에이전트인 로랑 사브리는 그가 프랑스 파리 인근 느무르에서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AFP에 전했다. 장례 일정과 장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야성미와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이었던 카르디날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거장인 페데리코 펠리니,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뮤즈'로서 총 17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1963년 펠리니 감독의 걸작 '8과 1/2'('8과 2분의 1')에서 주인공 구이도(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 분)가 환상 속에서 만나는 순수하고 신비로운 여인 '클라우디아' 역할을 연기한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사브리는 "그는 우리에게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도 자유롭고 영감 가득한 유산을 남겼다"고 밝혔다.
알레산드로 줄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역대 가장 위대한 이탈리아 여배우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이탈리아의 우아함을 구현했다"고 추모했다.
카르디날레는 1938년 4월 15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그는 튀니지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주최한 미인 대회에서 16세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그 부상으로 베네치아 영화제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그곳에서 유럽 각국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카르디날레는 아버지의 설득에 한 영화에서 작은 배역을 맡게 됐다.

하지만 직후 한 영화 제작자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했고, 아들 파트리크를 키우기 위해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아들을 남동생이라고 속여서 키웠다. 이 사실은 7년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훗날 카르디날레는 자신이 배우가 된 이유에 대해 "그(파트리크)를 위해,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키고 싶었던 아이, 파트리크를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카르디날레는 1960년대 수많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화에 출연하며 유럽 최고의 여배우로 전성기를 누렸다. 장폴 벨몽도, 알랭 들롱 등 유럽 최고의 남자배우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러브콜을 받으며 토니 커티스, 록 허드슨 등 당대 미국 미남 배우들과도 호흡을 맞췄다.
대표작으로는 펠리니 감독의 '8과 2분의 1', 비스콘티 감독의 '레오파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옛날 옛적 서부에서',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의 '핑크 팬더' 등이 꼽힌다.
그는 2002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진출 당시 한 스튜디오가 독점 계약을 원했지만 거절했다고 소개하면서 "왜냐하면 나는 유럽 배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 작품 중에서는 1966년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더 프로페셔널'이 자신에게 최고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카르디날레는 단순히 아름다운 배우를 넘어 시대를 앞서간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영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1967년 바오로 6세 교황을 만났을 때 바티칸 의전을 무시하고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난 일화는 유명하다. 이 사건은 카르디날레가 기존의 규범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평판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베네치아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는 각각 1993년과 2002년 그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2000년에는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 옹호에 대한 헌신과 노력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친선 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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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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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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