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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베센트, 여한구-그리어 잇단 회동... 관세 협상 APEC 전에 끝날까?

중앙일보

2025.09.24 00:12 2025.09.2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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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에서 한국 측 협상단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채 기념 촬영 하고 있다. 단체 뒤편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율리시스 S 그랜트 장군 등과 회의하는 그림이 걸려 있다. 왼쪽부터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박정성 무역투자실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사진 백악관 엑스(X)]

교착 상태였던 대미(對美) 관세 협상에 다시 물꼬가 트였다. 정부는 다음 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날 예정이다. 이번 한·미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3500억 달러(약 48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 방안과 이를 위한 통화스와프 체결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아울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3일 아세안 경제장관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로 출국했고, 현지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한다.

앞서 이달 중순 미국에서 여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 각각 협상했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한·미 양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각각 내리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는 내용으로 지난 7월 말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투자 구조에 대한 이견은 여전했다. 미국은 한국에 일본과 비슷한 방식의 지분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데, 보증 방식을 활용해 부담을 줄이려는 한국과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의 대부분을 현금으로 투자하면 외환시장에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 대신 대규모 투자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유사시 양국 통화를 자유롭게 맞교환할 수 있는 계약을 뜻한다.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으면 언제든 빼서 쓸 수 있는 ‘달러 마이너스 통장’이 생기는 격이라, 외환위기 예방과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적이다.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정부는 창구를 열어 놓고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최근 대미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협상이 교착 국면에 있다가 이어지고 있는 과정”이라며 “협상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다음 달 말 APEC 정상회의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이날 뉴욕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금 입장차가 크고 견해를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정상회담을 시야에 두고 그 전에라도 접점을 찾으면 타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투자 방식에 있어서 한국 정부 부담을 줄이는 구조로 바꾸는 대신 알래스카 에너지 장기 구매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다른 양보안을 패키지로 제시해 협상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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