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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전쟁 종식·17조달러 유치”…트럼프 '치적 연설' 따져보니

중앙일보

2025.09.24 00:16 2025.09.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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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유엔총회 무대에 복귀한 도널드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나는 모든 면에서 옳았다”며 1시간 가까이 자신의 치적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을 팩트체크한 뉴욕타임스(NYT), CNN, 가디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치를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성과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평소 강한 불신을 드러내 온 기후 변화와 불법 이민 대해선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내가 7개의 전쟁(wars)을 종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태국, 코소보·세르비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르완다, 파키스탄·인도, 이스라엘·이란, 이집트·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을 순서대로 언급했다.

하지만 CNN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경우 나일강 댐 건설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지만 ‘군사적 충돌’이 빚어진 것은 아니어서 ‘전쟁’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 중재로 지난 6월 백악관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한 민주콩고와 르완다의 경우, 지난 9일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민주콩고 동부지역으로 진격하면서 주민 70여명이 숨졌다. 아직 사태가 ‘종식’된 것은 아니란 얘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아울러 “유엔이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해야 해서 너무 안타깝다”“(유엔이) 어떤 갈등에도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며 유엔의 역할을 깎아내렸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유엔은 1945년 창설 이후 수많은 분쟁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치한 대미 투자에 대한 자랑도 빠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미국에 대한 신규 투자는 1조 달러(약 1390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나는 취임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17조 달러(약 2경3700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자금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밝힌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 유치 실적은 ‘8조8000억 달러(약 1경2000조원)’다. 전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 투자에서 거의 9조 달러(약 1경2500조원)를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연설에서 하루 만에 수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이 금액의 절반 이상은 외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투자를 약속한 것이라 제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NYT는 트럼프가 2017년 첫 임기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4500억 달러(약 629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주원 기자


트럼프는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도 “인플레이션이 극복됐다”라거나 “식료품 가격이 하락했다”“전기 요금은 훨씬 낮아지고 있다”고 홍보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가장 낮은 상승률(2.3%)를 기록했지만, 7월 2.7%에서 8월 약 2.9%로 다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8월 평균 식료품 가격은 트럼프가 취임한 올해 1월보다 약 1% 상승했고, 8월 전기 요금도 올해 1월 대비 약 4.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평소 지구 온난화를 여러 차례 부정해 온 트럼프는 이날도 “(기후 변화는)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엔 기구들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을 예고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러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는 입증된 사실”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2023년 발간한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주로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를 명백히 초래했다”며 “2011~2020년 지구 표면 온도는 1850~1900년 대비 1.1도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도 재확인됐다. 트럼프는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오면, 당신은 감옥에 가거나 당신이 돌아온 것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게 아니면 그보다 더 먼 곳으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불법 이민자) 총 2500만명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미 국경세관보호국(CBP) 홈페이지 따르면 2021~2024년 불법 이민자 적발 건수는 1080만 건이다.



위문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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