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인근과 접경 지역 등 비행금지구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방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다.
개정안에는 ‘비행금지구역에서 항공 교통의 안전을 저해할 수 있는 무인자유기구를 외부에 매단 물건의 무게와 관계없이 비행시켜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를 어길 시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조항도 포함됐다. 다만 기상 관측이나 연구 개발 목적 등으로 사용되는 무인기구는 당국 승인에 따라 허용토록 했다.
현행법상 2㎏ 이상의 무인기구를 띄우려면 당국 승인이 필요하지만, 2㎏ 미만이면 승인 받지 않아도 된다. 이에 북한 인권 단체들은 무게를 2kg 미만으로 맞춰 대북전단 풍선을 북으로 보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변이 없는 한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고, 자연스레 대북전단 풍선을 띄우는 것도 금지될 전망이다.
그간 대북전단을 놓고 좌우 진영은 치열하게 대립해왔다. 북한 인권 단체가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전단 50만장을 북측에 날려 보냈던 2020년 6월 6일 김여정 당시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쓰레기 광대놀음(대북전단 살포)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성명을 냈다. 당시 문재인 정부 통일부에서는 김 부부장 성명 4시간 뒤 대북전단 금지 법률 추진 의사를 밝혔고, 그해 12월 민주당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보수 진영에서는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반발했고,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며 개정안을 위헌 결정했다. 이후 북한에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약 4개월간 오물풍선을 접경지역에 살포해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개정안을 놓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겉으로는 국민 안전을 위한 항공안전법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대북전단을 막는데 올인하는 ‘헌재 무시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토교통위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주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북한 정권만을 위한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요구에 따라 미군도 철수하고, 전방부대를 해체하는 것도 정당화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