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 인구 급증과 함께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이 늘면서 설탕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설탕 과다사용세(설탕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민 5명 중 1명, 소아ㆍ청소년 3명 중 1명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성인 하루 50g)를 초과해 당류를 과다 섭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청량음료 등에 들어가는 첨가당은 충치, 비만, 당뇨, 심근경색, 뇌졸중, 암 등 만성질환을 유발한다”라며 “50만명 이상 대규모 연구에서 첨가당 음료를 하루 350ml 추가로 마실 때마다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2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강조했다.
당류 과다 섭취는 비만으로 이어진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의 ‘건강 위험 요인의 사회경제적 비용 및 정책우선 순위 선정에 관한 연구(2024년)’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21년 기준 15조63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11조4206억원), 음주(14조6274억원)보다 건강보험에 큰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윤 교수는 “미국 일부 주에서 설탕세 도입 후 청량음료 등의 가격이 33% 오르면서 소비도 같은 폭으로 줄었다”라며 “특히 저소득층 건강 형평성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워싱턴주 시애틀 등 5개 지역에서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2018년 4월 설탕세를 도입했다. 음료 100ml당 5g 이상 당류가 들어간 제품을 제조하는 제조사에 리터당 18펜스(약 340원)의 세금을 물린다. 윤 교수는 “설탕세 도입 이후 영국의 비만, 당뇨, 소아 천식 등 만성질환이 줄었다”며 “영국 정부는 모든 가공식품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회원국에 설탕세 도입을 권고했다. WHO는 “정부는 건강하지 않은 식품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포함한 재정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설탕이 첨가된 음료 가격을 20% 이상 인상하면, 소비가 줄고 공중보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120여 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전 의원이 설탕세 도입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식품업계 반대 등으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설탕세 도입에 대한 국내 여론도 호의적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더니, 당류가 들어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설탕세를 부과하는데 응답자의 58.9%가 찬성했다. 청량음료 제품에 설탕 함량과 설탕의 위험에 대한 경고문을 붙이는 것에는 82.3%가 찬성 의견을 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설탕세는 세수 확보 차원의 세금이 아닌 질병 예방을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은 주로 예방이 아닌 치료에 돈을 쓰고 있다”며 “800만명에 달하는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환자들을 일부라도 걸러낼 수 있다면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은 주로 예방이 아닌 치료에 돈을 쓰고 있다”며 “800만명에 달하는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환자들을 일부라도 걸러낼 수 있다면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정주 기획재정부 과장은 “경제ㆍ사회적 파급 효과와 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정태호 의원은 “정책은 취지만큼 전략이 중요하다. 설탕 과다사용세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