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선거 후보자 5명 연설회…다카이치 "국민 지킬 것"·고이즈미 "고물가 대응"
경찰, 소지품 검사하며 삼엄한 경비…나고야·오사카에서 추가 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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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선거 후보자 5명 연설회…다카이치 "국민 지킬 것"·고이즈미 "고물가 대응"
경찰, 소지품 검사하며 삼엄한 경비…나고야·오사카에서 추가 연설회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습니다. 국가 주권과 명예를 지키겠습니다. 앞으로도 신념을 갖고 걸어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일본과 일본인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전자제품 등을 파는 상가가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역 인근 작은 광장에 24일 오후 일본 여성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와 함성이 들렸다.
이날 일본을 지키겠다고 강조한 인물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그는 집권 자민당이 이시바 시게루 총리 후임자를 뽑기 위해 실시하는 총재 선거에 출마했다. 입후보자 5명 중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함께 양강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후보자 9명 중 가장 많은 당원 표를 얻었던 그는 이날 열린 가두 '연설회'에서도 간결하고 명료한 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해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이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강력한 경쟁자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높은 연단 위에 올랐다.
그는 "제가 마지막입니다. 앞으로 10분만 들어주십시오"라고 운을 뗀 뒤 "이곳 아키하바라는 아베 전 총리가 몇 번이나 연설했던 장소"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아베 전 총리가 가장 힘썼던 것 중 하나가 일본 경제의 재생"이라며 고물가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역설했다.
일본에서는 쌀을 비롯한 식료품 등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임금 상승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해 실질임금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임 자민당 총재가 대응하기를 바라는 과제와 관련해 가장 많은 45%가 '고물가'를 꼽았다. 2위인 '사회보장'의 응답률은 16%에 그쳐 물가 대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연설을 마친 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까지 후보자 전원이 나란히 서서 시민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도쿄 아키하바라역 인근에서는 지난해 9월에도 자민당 총재 선거 연설회가 개최됐다. 청중 수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듯했다.
경찰 경비는 여전히 삼엄했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연설회장 내부로 들어가려면 가방과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를 통과한 사람의 옷에는 작은 녹색 스티커를 붙여줬다.
경찰이 소지품을 확인하는 책상에는 화기와 끝이 뾰족한 물건 등은 반입되지 않으며 전단 배포는 금지된다는 주의사항이 붙어 있었다. 또 연설을 방해하거나 주변에 폐를 끼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도 있었다.
연설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이제는 자민당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비자금 스캔들'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지지한다"며 "자민당에는 젊고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바 정권의 정책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고물가 대책이 다소 미흡해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했다"며 "자민당이 이번 총재 선거를 계기로 변화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치원생 딸과 함께 연설회 장소를 찾은 30대 여성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강한 일본'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정당은 정권을 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자민당 비자금 문제가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자들은 이달 26일 나고야, 내달 2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연설회에도 참석한다. 작년보다 선거 기간이 짧아지면서 연설회 횟수도 줄었다.
새 자민당 총재는 내달 4일 선출된다. 당원 투표는 10월 3일 마감되고,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295명은 10월 4일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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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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