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 영공침범 대응 이견…"즉각 격추" vs "신중해야"
연이은 사건에 '대응 매뉴얼' 필요성 고조…美입장도 모호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 침범 사례가 잇따르면서 통일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그러나 대응 수위를 둘러싸고 나토 회원국마다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조기에 결론을 내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자리에서 취재진이 '나토 국가들이 러시아 항공기가 자국 영공에 진입하면 격추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하는 나토 회원국을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도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24일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의 '격추 지지' 발언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고 "알겠다 오버"(Roger that)라고 적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앞서 지난 22일 자국 영공이 또다시 위협을 받는다면 그때도 격추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지난 9∼10일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 첫 직접 대응을 했다.
다른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도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라트비아 대통령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무력 과시'가 필요하다면서 "러시아가 (침범을) 계속할 경우 발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교전규칙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빌레 샤칼리에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최근 나토 영공 침범 사례는 나토 공중초계(air policing) 임무를 방공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나토의 유럽 주축인 독일은 신중한 입장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전날 폴 욘손 스웨덴 국방장관과 공동 회견에서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쳐놓은 '확전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상공의 무언가를 쏴버리자거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성급한 요구는 현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침착함(Level-headedness)은 비겁함이나 두려움이 아니며 자국과 유럽의 평화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동맹들은 과잉 반응을 하지 않되 충분히 단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침범에 단호히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면서도 발포 여부 등에 대해선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내려지며 대상 항공기가 야기하는 위협과 관련해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며 신중 대응 기조를 견지했다.
러시아의 영공 침범에 어떻게 대응할지와 관련한 명확한 계획이 없다면 나토가 신뢰할만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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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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