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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우승을 ‘허’하라…마침내 뭉친 웅·훈 형제

중앙일보

2025.09.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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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부산 KCC 허웅(왼쪽)과 허훈. 허훈이 지난 5월 깜짝 이적하면서 허씨 형제는 프로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만나면 티격태격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김경록 기자
“좀 빨리 나오라고 형한테 재촉해야 할 것 같아요.”(허훈) “무슨 소리야. 아까부터 나와 있었다고!”(허웅)

프로농구 부산 KCC의 허웅(32), 허훈(30) 형제를 최근 경기 용인의 KCC 훈련장에서 만났다. 허웅은 ‘농구 대통령’ 허재(60)의 장남, 허훈은 차남이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게 한 팀에서 제법 동고동락한 사이처럼 보였다. 지난 5월 자유계약선수(FA) 허훈이 수원 KT를 떠나 KCC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 팀이 됐다. 이들이 프로 데뷔 후 한 팀에서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KBL 최고 스타 두 명을 한꺼번에 품은 KCC의 성적은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2025~26시즌 프로농구의 최대 관심사다. KCC는 허재가 2005~15년까지, 10년간 감독을 지낸 팀이다. 허훈은 “KCC 훈련장은 아버지가 감독으로 계실 때 자주 와서 훈련했던 곳이라서 익숙하다. 형도 뛰고 있어서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웅은 “(허)훈이와 프로에서 늘 상대 팀이었지만, 국가대표팀 소집 때마다 호흡을 맞춰 같이 뛰는 게 어색한 건 없다”고 말했다.

KCC는 형제 외에도 최준용, 송교창 등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한 스타군단이다. 팬들은 ‘수퍼팀’이라고도 부른다. 사실 KCC는 지난 시즌(2024~25) 10개 구단 중 9위에 그쳤다. 코트 안에서 ‘사령관’ 역할을 해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허훈은 KCC가 찾던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기존 슈팅가드 허웅에 포인트가드 허훈이 가세하면서 “새 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승 후보 0순위다.

허웅은 “난 슛이 강점이다. 동생이 가장 잘 안다. 훈이가 와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허훈은 “가족이라도 눈빛만 봐선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며 “난 내가 잘하는 패스를 열심히 하고 형은 그 패스를 받아서 잘하는 슛을 던지면 된다”고 농담을 섞어 각오를 밝혔다.

일각에선 “개성 강한 스타가 많아 팀워크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훈은 “팀워크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안다. 아시다시피 스타가 많지만 웬만한 건 다 이룬 선수들이다. 개인 성적 욕심으로 팀워크를 깰 사람은 없다”며 “오히려 동료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서로 희생하는 플레이가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결국 나만 잘하면 된다.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칼을 더 날카롭게 갈았다”고 전했다. 허웅은 “선수는 코트에서 보여주면 된다. 걱정과 우려가 있지만, 개막하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형제는 평소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낸다. 밥 먹을 때도 쉴 때도 항상 붙어 다닌다. 하지만 코트에선 라이벌로 바뀐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도 서로 1㎏이라도 더 들려고 신경전을 벌인다. 허훈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누가 더 힘이 좋은지 경쟁하듯 한다. 무조건 형보다 많이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형이 벤치 프레스를 할 땐 옆에 서서 ‘벌써 지친 거야’ ‘에너지가 이것밖에 안 돼’라고 자극한다”고 말했다. 허웅은 “훈이와 경쟁할 땐 유독 더 전의가 불타오른다. 명색이 형인데 질 수 없지 않나. 덕분에 몸이 근육질이 됐다”고 자랑했다.

형제의 꿈은 우승 트로피 합작이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받아봤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없는 허훈은 “내가 KT를 떠나 KCC로 옮긴 이유가 우승이다. KCC는 우승을 해봤고,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라고 판단했다”며 “올 시즌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만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3~24시즌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허웅은 “동생의 첫 우승을 돕겠다. 아버지도 형제가 합작해서 우승하면 기뻐하실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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