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겠지만, 우리 태양계에는 지하 바다를 품은 달들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워터월드(water worlds)’라고 부른다. 꽝꽝 언 얼음 지각 아래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세계다. 목성의 달 유로파와 가니메데는 각각 지구 바다의 2배와 25배, 토성의 달 타이탄은 12배나 되는 물을 얼음층 밑에 담고 있다. 그 바다는 땅속 방사성 붕괴열과 다른 천체들이 밀고 당길 때 생기는 조석 마찰열로, 햇빛이 닿지 않아도 얼어붙을 걱정이 없다.
지구는? 지름 1만 2756㎞인 공으로, 바닷물을 한데 그러모아 거대한 물방울을 만들 수 있다면 지름이 1360㎞나 된다. 한반도를 삼키고도 남는 크기다. 이번엔 담수 차례다. 담수로 만든 물방울의 지름은 서울서 여수까지의 거리, 406㎞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지구의 모든 물을 2L 생수병에 넣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빙하와 만년설, 지하수는 세 큰술 정도가 되고, 구름 속 수증기는 손톱만큼밖에 안 된다.
강과 호수 같은 지표에 흐르는 물은 점안액 용기로 하나 정도이고, 이 중 마실 수 있는 물은 달랑 티스푼 한 개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점안액 용기’에 들어가는 물의 실제 양은 강릉 오봉저수지 같은 담수원 3000만 개 분량이다.
오봉저수지에 남은 물이 한때 11.5%까지 곤두박질쳤다가 회복되고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생명줄이 바닥나면서 시민들이 제한 급수에 시달리는 현실에 속이 탔다. 강릉에 여름 가뭄이 심각한 이유는 중학교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태백산맥을 타고 올라간 서풍은 곧 차가워져 물방울을 만들고 비를 뿌리지만, 산맥을 넘으면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다 비가 와도 경사가 급해 스며들지 못한 채 동해로 흘러간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후와 지형에 맞는 해법으로 땅에 빗물을 가두는 저류시설을 꼽는다. ‘워터월드’가 미래 물 부족 문제를 푸는 구세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