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에서 규제는 ‘상향 경쟁’을 이끌었다.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이 자동차 기술을 끌어올린 ‘캘리포니아 효과’, 유럽연합의 까다로운 시장 규칙이 글로벌 벤치마크를 제시한 ‘브뤼셀 효과’가 그 예다.
‘베이징 효과’가 등장했다. 권위주의적 통제와 전략적 관용을 결합한 거버넌스 모델이다. 중국은 챗GPT를 차단하고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 서비스에 보안 심사를 의무화한다. 하지만 개인의 권리와 관련된 영역에서는 의도적으로 느슨하다. 이러한 이중성은 중국의 산업적 야심과 찰떡궁합이다. 서구 민주주의가 데이터 보호와 알고리즘 편향을 놓고 고민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최소한의 감시하에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다. 결과는 놀랍다. 소수민족을 식별할 수 있는 AI 감시 시스템과 안면인식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 일각에서는 ‘인종 차별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기술’이라고 비판한다.
USC의 앤절라 장 교수는 중국 AI 규제의 ‘실용주의’를 분석한다. 외부에서는 중국의 규제가 AI 발전을 저해한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윤리 가이드라인에 묶인 서구 경쟁자들보다 저렴하게 첨단 AI를 개발하며, 막대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통제와 효율성을 개인의 권리에 우선하는 이러한 AI 기술은 민주 사회에서도 정상화될 위험이 있다.
미국 또한 ‘효과’ 경쟁에 뛰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기술 기업을 규제하는 국가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트럼프 효과’를 시사한다. 자유시장 수사를 이용해 민족주의적 목표를 추진하려는 시도다. 베이징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권리를 지정학적 경쟁에 종속시킨다. 두 모델 모두 AI 거버넌스의 근본적 긴장을 드러낸다.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제한 없는 데이터 사용은 사생활을 파괴하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중국은 개인 보호보다 산업 발전을 선택했고, 미국은 기술 민족주의로 향하고 있다.
AI가 채용부터 치안까지 모든 영역을 재편하는 가운데, 오늘 우리가 채택하는 거버넌스 모델은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을 섬기는지 아니면 훼손하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문제는 AI 발전 여부가 아니다. 그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발전이 민주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을 보존하는 틀 안에서 일어날 것인가’이다. 진정한 AI 거버넌스는 혁신과 보호의 균형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번영을 저해하지 않고 증진하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도전이 아니라 21세기 문명을 규정하는 시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