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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오죽하면 조희대·문형배 대결설까지

중앙일보

2025.09.24 08:16 2025.09.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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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정치부 기자
지난 19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조국(8%)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장동혁(7%) 국민의힘 대표가 선두권을, 정청래(4%)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4%) 개혁신당 대표가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결과 자체가 주는 놀라움이 일단 컸다. 강성 지지층에 올라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뉴노멀’을 명징하게 보여준 결과였던 까닭이다.

세부 수치는 더욱 암담했다. 조국·정청래의 국민의힘 지지층 선호도, 장동혁의 민주당 지지층 선호도는 각각 0%였다. 상대 정당 지지자에겐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적대화 정치’가 일상화됐다지만 과거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인 2022년 6월 10일 공개된 조사를 보면 15%로 전체 1위였던 이재명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2%의 지지를 받았다. 6%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의 선호도가 3%였다. 미약하나마 상대 진영 지지층을 일부 흡수한 모양새였지만 3년 3개월 만에 미미한 교차 지지층조차 사라진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미애 위원장과 여야 의원이 뒤엉켜 충돌한 모습. [연합뉴스]
이런 현상은 더 가속될 우려가 크다. 여야 모두 당원 민주주의라는 외포로 싼 극단주의 정치에 발을 깊게 담그고 있고, 주요 정당의 대표는 통합·탕평이라는 형식적 포장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어설픈 중용의 정치로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게 당내 경선의 결과로 이미 축적돼 있다.

게다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오버액션도 잦아지고 있다. 지금 국회 법사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찬찬히 따져 보면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에 출마하고 싶은 내심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극단에 치우친 행동은 강성 지지층이 보기엔 사이다를 들이켤 때 나오는 트림마냥 시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그건 냄새나는 가스의 무분별한 배출일 따름이다. 그래서 요즘 시중엔 “이러다 조희대(대법원장)와 문형배(전 헌법재판관)가 다음 대선에서 맞붙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나라가 위태롭던 탄핵 정국에서 법치주의 국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두 사람이 아득바득대는 정치인보다 선녀로 보인다는 것이다.

강성 정치인이 장래 지도자로 떠올랐다지만, 아무 이름도 대지 않은 응답자가 58%였다. 윤 전 대통령이 어쩌다 대통령이 된 건지를 복기해 보면, 항간에 떠도는 얘기를 마냥 웃어넘길 수만도 없을 것이다.





허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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