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FIFA가 또 한 번 ‘무한 확장’ 시나리오를 꺼내 들었다. 2026년 대회부터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월드컵을 2030년에는 아예 64개국 참가 체제로 키우는 방안까지 공식 논의에 올린 것이다.
글로벌 매체 ‘디 애슬래틱'은 24일(한국시간) “FIFA가 2030년 남자 월드컵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제안은 파라과이·우루과이 국가원수,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회장, 그리고 남미축구연맹(CONMEBOL) 수뇌부가 직접 FIFA에 제출한 공식 제안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맨해튼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 사안이 정식으로 테이블에 올랐다. 구체적 대회 방식은 미정이지만, 조별리그를 파라과이·아르헨티나·우루과이 3개국에서 분산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회의 직후 남미 대표단은 인스타그램에 회의 장면을 공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도밍게스 CONMEBOL 회장은 “이번 월드컵은 단순한 또 하나의 대회가 아니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다”라며, 남미 개최안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파라과이 페냐 니에토 대통령 역시 영상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도전해야 한다. 겸손하면서도 큰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겠다”며 리더십을 자처했다.
FIFA 인판티노 회장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는 “오늘 우리는 진정한 팀워크로 역사를 만들고 전 세계가 기억할 대회를 설계하고 있다. 국민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힘을 실었다.
공식적으로 2030년 월드컵은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에서 열린다.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해 개막 3경기만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에서 치른다. 하지만 남미 국가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참가국 수 자체를 64개국으로 늘려 대회를 재편하려는 초대형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올해 4월에도 도밍게스 회장은 CONMEBOL 총회에서 FIFA에 같은 제안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번에는 남미 정상들이 직접 나서며 강도를 한층 높였다.
핵심은 정치적 파급력이다. 2026년 북중미 대회부터 48개국 체제로 이미 한 차례 확대한 FIFA가, 또다시 64개국 확대를 꺼내 든 배경에는 ‘더 많은 시장, 더 많은 시청자, 더 많은 수익’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의 진출로를 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존 48개국 체제에서도 중국의 본선행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64개국 체제로 늘리면 아시아 배정 슬롯이 대폭 확대돼 중국·중동·동남아시아 팀들의 출전 가능성이 현실화된다. FIFA가 ‘무한 확장’을 통해 아시아의 거대 시장을 노린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디 애슬래틱’은 “FIFA는 공식 입장 발표 대신 기존 성명만 인용하며 모든 제안은 이사회에서 분석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미 정상들과 FIFA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한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결국 메시지는 단순하다. FIFA는 중국의 월드컵 진출을 위해서 “48개도 부족하다면, 64개로 간다”라면서 새 도전에 나선 것이다. FIFA의 무한 도전 속에서 2030년 월드컵은 단순한 100주년 기념대회가 아니라, 세계 축구 판도를 바꿀 거대 실험장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