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국 “WTO 특혜 안 받겠다”…개도국 지위 내려놨다

중앙일보

2025.09.24 09:04 2025.09.24 13:2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부여되는 특별하고 차등적인 대우(SDT)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그간 중국의 ‘개도국 지위 자발적 포기’를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원활한 무역협상을 위해 중국이 결단을 내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서 “책임있는 주요 개도국으로서 중국은 현재와 미래의 WTO 협상에서 새로운 특별 및 차등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제80차 유엔 총회 일반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 중으로, GDI 고위급 회의는 유엔 총회와는 별도로 중국이 주재했다.

WTO는 개도국에 규범 이행 유예,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 기술·재정 지원, 농업·식량안보 등 일부 분야에 대한 보호 조치 등 특혜(SDT)를 보장하고 있다. 개도국 정의나 기준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WTO에 속한 약 160개국이 스스로 개도국 선언을 할 수 있다. 다만 다른 회원국이 이의 제기를 할 경우 협의 과정을 거처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 7월 ‘WTO 개도국 지위 개혁’을 공식 발표하고 경제 규모가 큰 중국과 한국 등 7개국에 대해 “사실상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WTO에서 개도국 특혜를 받는 등 제도 남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90일 내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면 WTO 협상에서 더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한국은 2019년 10월 개도국 지위를 공식 포기했다. 1995년 WTO에 가입하며 개도국 선언을 한 지 약 25년 만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유지 중이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면서도 “중국은 영원히 세계 최대의 개도국이며 개도국의 지위와 정체성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융 상무부 WTO국장 역시 “주요 개도국이자 WTO 핵심 회원국인 중국은 10일 전 ‘어업보조금협정’ 발효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방 선진국에 맞서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맹주를 추구하는 중국이 개도국이라는 명칭만 유지한 채 혜택은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WTO 개혁과 관련해 미국과의 논쟁거리를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역 원활화, 보조금, 반덤핑, 전자상거래 등 20여 개 WTO 협정 전반에 개도국 특혜 조항이 들어 있다. 이번 포기 선언으로 중국은 한국 등 선진국과 동등한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한국으로선 중국과 벌이고있는 무역 경쟁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농식품·소비재 수출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고, 중국 내 한국 기업의 기술 유출과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관 절차 간소화와 투명성 제고, 회원국 간 협력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무역 원활화 조치가 중국에서 개선될 경우에도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신경진.김원.하수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