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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54분 자화자찬…본인 빼고 다 때렸다

중앙일보

2025.09.24 09:29 2025.09.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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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취임 7개월 만에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며 “내가 전쟁을 끝내는 동안 유엔은 도움을 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세계 각국에 통보한 일방적인 관세에 대해선 “공정하고 상호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54분간 계속됐다. 정상 연설은 통상 15분 안팎이 권고사항이다. 제한 시간이 지났음을 알리는 빨간 경고등이 깜빡거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한 채 발언을 이어갔다. 그가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고 국제사회의 노력을 비난하는 동안 주어진 시간을 훌쩍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단에 선 뒤 프롬프터가 아닌 인쇄해 온 연설문을 펼쳐놨다. 그러고는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지만 이렇게(연설문을 보고) 하면 더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프롬프터를 조작하는 사람은 곤경에 처할 거라고만 말하겠다”고 했다.

김주원 기자
그러고는 자신의 경제, 국경, 국방 등의 정책을 제시하며 “진정한 미국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유럽연합(EU)·일본·한국·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국가와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는 점을 성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역에 대한 규칙을 따랐던 국가들의 공장은 모두 규칙을 어긴 국가들에 의해 모두 약탈당했다”며 “그래서 다른 국가들이 했던 것처럼 관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관세를 통해 미국의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고 있다”며 50%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브라질에 대해 “미국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검열하고 탄압하며 미국 내 정치적 비판자를 표적화하는 등 전례 없는 방식으로 침해한 데 대한 대응으로 대규모 관세에 직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전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라며 “나는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는데도 협상 타결을 돕겠다는 유엔의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유엔이 제공한 것은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와 프롬프터뿐”이라며 비꼬았다. 세계 질서를 해치는 적대세력으로는 우선 이란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꼽았다. 특히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데 대해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의 만행에 대한 너무 큰 보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핵 문제를 지목하며 “세계 1위의 테러 지원국이 가장 위험한 무기(핵무기)를 갖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러시아를 향해선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회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뒤 자신의 SNS에 “1주일도 걸리지 않았을 전쟁을 3년 반 동안 목적 없이 싸우고 있는 그들(러시아)을 ‘종이 호랑이’처럼 보이게 할 뿐”이라고 썼다. 대통령은 이어 “만약 러시아가 종전을 위한 합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미국은 매우 강력한 차원의 강력한 관세를 부과할 완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내준 모든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고도 했는데, 그간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양보하라고 요구한 기존의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핵 보유 인정을 전제로 대화에 응할 뜻을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발언 등 북핵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별도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형구.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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