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농 구선수 출신으로 루게릭병 환우의 현실을 알리고 전 세계 최초 규모의 루게릭(ALS) 전문 요양병원 건립을 앞당기는 데 앞장섰던 고(故)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고인의 뜻은 병원 완공과 운영으로 이어지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박승일 대표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 기아자동차 농구단에 입단해 프로 선수로 활약했다. 2002년에는 역대 최연소 프로농구 코치로 선임됐으나 부임 직후 루게릭병이 발병, 긴 투병 생을 시작하게 됐다. 발병 후에는 루게릭병 홍보대사 및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국내에 루게릭병이라는 난치병을 알렸다. 특히 가수 션과 함께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센터 건립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전 세계에서도 최초의 루게릭 전문 병원이다. 생전 박승일 대표는 “20년 동안 병상에서 그려왔던 루게릭요양센터가 이제 설계에 들어간다는 것이 꿈만 같다”며 “그동안 후원으로 함께해주신 기부자님들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루게릭병 환우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날을 꼭 볼 수 있기를 기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션도 지난해 3월 “2009년 10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 농구 선수를 만나고 그가 꿈꾸던 대한민국 첫 번째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돕겠다고 약속하고 1억 원을 기부한 게 시작이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1년 7월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하고 박승일 선수와 함께 재단 공동대표직을 맡았다.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박승일 선수의 입이 되어주고 손발이 돼 주어서 하루 빨리 루게릭요양병원을 건립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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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늘도 무심하게 2024년 11월 완공을 코앞에 두고서 9월 25일 박승일 대표가 하늘로 떠났다. 션은 박승일 대표가 떠나자 “승일아 그동안 너무 수고했어. 너가 쏘아 올린 작은 희망의 공이 많은 사람들이 이어가는 희망의 끈이 되었어. 너가 그렇게 꿈꿔오던 루게릭요양병원이 이제 곧 완공 되는데 그걸 못보여 주는게 너무나 아쉽고 미안하다”는 SNS 글을 남겼다. 이어 그는 “23년간 많이 답답했지. 이제 천국에서 마음껏 뛰고 자유롭게 움직여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나중에 우리 천국에서 만나서 못다한 이야기 다 하자. 승일아 미안하고 벌써 보고싶다 사랑한다 친구야”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고인이 평생 품어온 꿈의 결실인 ‘승일희망요양병원’은 착공 이후 속도를 내 2025년 공식 개원으로 이어졌다. 재단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병원 건립에는 약 239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고, 병원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루게릭 전문 요양시설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고인은 완공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손때가 묻은 이 병원은 그대로 완성돼 환우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운영되고 있다.
생전 박승일 대표와 함께 재단을 이끈 가수 션은 여러 차례 인터뷰와 SNS를 통해 “박 대표와의 만남이 요양병원 건립의 출발이었다”고 밝히며 초창기 기부와 모금 활동, 그리고 병원 완공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전한 바 있다. 션은 박 대표의 투병과 꿈을 이어가기 위해 대중의 관심과 기부를 모으는 데 앞장섰고, 그 결과 병원은 실제 운영으로 이어졌다.
현재 승일희망요양병원은 루게릭병뿐 아니라 관련 근육성 희귀질환으로 치료 대상을 확대해 전문 간병과 재활을 지원하고 있다. 고인이 심장으로 품었던 ‘환우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공간’은 이렇게 현실이 됐다. 그의 이름으로 세워진 병원은 이제 많은 환우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안식처이자 치료의 장이 됐다. 1주기를 맞아 많은 이들이 그를 떠올리며 고인의 뜻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