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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안보리 정상회의 주재 "AI, 맹수될수도 케데헌 더피 될수도"

중앙일보

2025.09.24 13:00 2025.09.2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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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안보리 고위급 공개토의(UN Security Council High-Level Open Debate)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보리 회의장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바로 옆자리인 의장석에 앉아 “제1만5차 안보리 회의를 개시하겠다”는 개회 선언 후 의사봉을 두드리며 안보리 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 대통령 앞엔 ‘의장’(president) 직책과 대한민국 국호(Republic of Korea)가 각각 영문으로 적힌 명패가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 대통령은 “잠정 의제는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 AI와 국제평화·안보’”라고 말한 뒤 재차 의사봉을 두드려 의제를 채택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께서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것은 우리가 논의하는 이 주제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중요한 순간에 AI에 관한 글로벌 협력을 도모하는 회의를 주재해주셔서 대한민국에 감사드린다”는 말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핵무기 통제에서 항공 안전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의 도전 과제가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존엄성 기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 대통령의 발언은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학 교수와 최예진 스탠포드대학 교수의 브리핑 직후 이뤄졌다. 국가별 발언 첫 발언자로 나선 이 대통령은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며 “우리 앞의 새끼 호랑이는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명과 암이 공존하는 AI 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 방법은 국제사회가 단합하여 ‘책임 있는 이용’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각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모두를 위한 AI’ ‘인간 중심의 포용적 AI’로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I를 잘만 활용하면 WMD(대량살상무기) 확산을 감시하는 등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도구가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허위 정보가 넘쳐나고 테러,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는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리가 이제 AI 시대에 변화한 안보 환경을 분석하고 공동의 대응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인공지능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 함께 누리는 ‘AI 기본사회’, ‘모두의 AI’가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AI가 불러올 문명사적 대전환 앞에서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함께 지켜온 보편 가치를 지켜내야 할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시대적 사명을 마다하지 말고 AI가 가져올 변화를 인류 재도약 발판으로 만들어 내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류 문명은 늘 도전에 맞서 응전해 왔고, 어떤 절망을 마주해도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지금의 진보를 이뤄낼 수 있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우리 앞에 주어진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마다하지 말자”며 “AI가 가져올 변화를 인류가 재도약할 발판으로 만들어 내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를 이 대통령이 주재하게 된 건 한국이 9월에 안보리 의장국을 맡았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이 알파벳 국명 순으로 돌아가면서 한 달씩 의장국을 맡는다.

한국은 유엔 가입 이후 1996~1997년, 2013~2014년, 2024~2025년 등 약 11년 주기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아 왔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했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에 앞서 약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앞서 이 대통령은 회의 전 약식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특히 인공지능(AI) 관련해 전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열리는 첫 공개 토의의 주재를 맡게 되어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991년 유엔 가입 이래, 대한민국 정부가 안보리 이사국을 맡은 건 이번이 세 번째”라며 “유엔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를 딛고 민주화와 경제 번영을 동시에 달성한 우리 대한민국이, 이제 인류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회의 또한 대한민국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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