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남 여수 광양항에서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Dick)에 나오는 향고래가 발견됐다. 깊고 먼바다를 돌아다녀야 할 향고래가 어쩌다 뱃소리로 시끄럽고 수심 얕은 항구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5일간에 걸친 어민, 해양경찰, 고래 전문가들의 향고래를 살리는 노력 덕분에 다행히 고래는 스스로 광양항을 벗어나 먼바다로 나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7월에는 부산 기장 대변항에서 또 다른 향고래가 나타났다가 하루 만에 항구를 빠져나간 일도 있었다.
최근 우리 바다에는 구조나 치료를 필요로 하는 멸종위기 해양생물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 해양오염, 혼획, 유령어업 등으로 개체수가 빠르게 감소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생물 91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12개소의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기관도 지정하였다.
그러나, 구조치료기관 대부분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아쿠아리움이며 구조가 되어도 전문 수의사와 최소한의 장비를 갖춘 곳이 단 3개소 밖에 없어서 그동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해양보호생물 구조 및 치료기능을 총괄하고 증식․ 복원 사업을 수행할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경북 영덕에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를 건립하기로 하였다.
올해 9월에 착공하여 2028년 개관하면 거머리말 같은 해양식물에서 산호류, 갑각류, 연체류 등의 무척추동물, 그리고 바다거북류, 고래류 등 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을 구조, 치료하고 인공 증식을 통한 복원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생물은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그들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존재로서 의미를 가진다. 수많은 해양생물 중 몇 종이 사라진다고 해서 우리 인간에게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해양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인간을 위협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해양생물을 되살리는 일은 곧 인간의 삶을 지키는 길이다.
소설 모비딕은 미국 문학의 정수로 손꼽힌다. 모비딕이라고 이름 붙여진 교활하고 힘센 향고래를 사냥하다가 한쪽 다리를 잃은 포경선 선장 에이해브(Ahab)는 복수심으로 인해 모비딕을 쫓아 바다를 헤매다 결국 선원들과 함께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위대한 소설에 내려진 다양한 해석과 평가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이다.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가 에이해브 선장의 무모한 복수심을 달래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