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의 실시간 경마 생중계 영상을 도용해 사설 경마사이트를 불법으로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수사 과정에서 1700억원 상당의 도박 자금을 관리하던 조직폭력배 조직도 적발·검거했다.
25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불법 경마사이트 운영자 등 29명을 한국마사회법 위반(도박개장)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국마사회의 실시간 경마 경주 영상을 기반으로 불법 경마사이트를 운영하며 도박자금을 굴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중국의 한 불법 영상 판매 사이트에 매달 200만원을 지불하고 한국마사회의 실시간 경주 영상을 구매했다고 한다. 한국마사회는 총 24개국에 합법적으로 실시간 경주 영상을 판매하고 있는데, 경찰은 해외에 판매된 영상이 중국 사이트로 유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초 경기 일산시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사이트 단속을 피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베트남 호찌민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사이트를 운영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경마 유튜버로부터 도박 회원들을 소개받거나, 무작위 문자광고를 전송해 회원들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유튜버의 구독자는 약 1만명이다. 운영자들은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별도의 도박 자금 충·환전 조직과 연계해 도박 자금의 0.3∼1%를 수수료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회원 1만7795명 중 500만원 이상을 베팅했던 140명도 도박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총 116회에 걸쳐 2억1400만원의 상당을 도박한 다른 경마 유튜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범죄수익금 5억4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지난해 6월 입수하고 한국마사회와 공조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경찰 단속에 대비해 대포폰을 수시로 변경하거나 차명으로 이른바 ‘앞방 계좌’(이용자들로부터 도박 자금을 입금받는 계좌)를 개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벌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공식 경마장을 제외한 모든 온라인 경마 사이트는 불법으로, 이용 시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