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보수 단체를 이끌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찰리 커크가 피살된 데 이어, 24일엔 텍사스 댈러스에 위치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구금시설에 대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러한 폭력 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 민주당 당원이 끊임없이 법 집행 기관을 악마화하고 ICE 폐쇄를 요구하고 ICE 요원을 나치에 비유한 결과”라며 좌파 진영에 대한 ‘해체’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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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테러리스트 조직 해체 행정명령”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ICE 구금시설에 대한 총격 사건에 대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ICE의 용감한 남녀 요원은 그저 최악 중의 최악 범죄자를 추방하려는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그런데 이들이 정상이 아닌 급진 좌파의 전례 없이 증가하는 위협과 폭력, 공격에 직면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찰리 커크 암살 이후 계속되는 급진 좌파 테러리스트의 공격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며 “우리는 이미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으며, 나는 이번 주에 이들 국내 테러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커크 암살 사건의 후속 조치로 반(反)파시즘과 반인종주의를 표방하는 운동 기류인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 단체로 지정했고, 이들을 해체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BBC는 ‘반파시스트’의 줄임말인 안티파에 대해 “회원 명단이나 위계질서가 없는 운동 기류인 안티파를 어떻게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는 국내 테러 단체를 지정하는 법 차체가 없다”고 했다. 반파시즘 이념을 지지하는 것만으로 개인을 처벌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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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급진 좌파’ 프레임 내세운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실체가 불분명한 안티파에 대한 구체적 해체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야당인 민주당을 향해 “ICE와 법 집행기관에 대한 수사(修辭)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법 집행 기관 지원과 강력한 국경, 국토 안보, 폭력적 불법 범죄자 추방, 나라를 공포에 떨게 하는 좌익 국내 테러의 근절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글을 통해선 “민주당은 폭력적 범죄자가 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무료 의료 혜택을 받기를 원한다”며 “또 급진 좌파 뉴스 매체들을 돕기 위해 5억 달러를 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서 뛰는 것을 원하고, 모두를 위한 ‘트렌스젠더’, 국경 개방, 어쩌면 가장 중요한 다섯 글자 단어 ‘범죄’(Crime)와 미국을 파괴할 많은 것들을 좋아한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게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민주당을 트럼프 스스로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을 포함한 안티파를 지원하는 배후 세력으로 지목한 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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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핵심 인사 ‘총출동’…“정치적 동기”
이번 총격 사건의 용의자 조슈아 잔(29)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NYT에 따르면 그는 2020년 텍사스주에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투표했고, 지난해엔 오클라호마주에서 무소속 유권자로 본 선거에 투표했다.
연방수사국(FBI) 캐시 파텔 국장은 용의자가 민주당 활동 경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회수된 미사용 탄피 중 하나에 ‘안티 ICE’라는 문구가 발견됐고, 이 끔찍한 살인은 극좌파에게 ICE에 대한 그들(민주당)의 발언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야당에 대한 총공세에 동참했다.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군으로 분류되는 JD밴스 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행사에서 “아직 증거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용의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졌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좌파 언론이 ICE의 활동을 거짓으로 보도하는 것은 미친 사람들이 나가서 폭력을 저지르도록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겨냥해 “정치적 수사로 법 집행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면 당신은 지옥으로 직행할 수 있고, 정치적 대화에서도 자리 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민자 단속을 주도하고 있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도 “수개월 동안 우리는 누군가가 죽기 전에 정치인들과 언론에 ICE 법 집행에 대한 과격한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해왔다”며 책임을 민주당 등 ‘극좌파’의 발언 때문이라고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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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투입 예고 속…워싱턴엔 방위군 숫자 늘어
ICE에 대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엔 평소보다 많은 군 병력이 목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심 치안 유지를 위해 투입한 군인들은 총기를 휴대한 채 백악관과 의사당 등 주요시설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서 2~3씩 조를 이뤄 순찰을 돌고 있었다.
워싱턴 도심에서 만난 한 주 방위군은 ‘총격 사건 이후 군 투입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투입 확대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배경과 규모를 비롯해 상부의 지시 내용 등에 대해선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와 워싱턴에 치안을 이유로 이미 주방위군을 투입했고, 테네시주 멤피스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추가로 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곳은 모두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21일 커크의 추도식에선 “그(커크)가 나에게 했던 마지막 말 중 하나가 ‘시카고를 구해달라’는 것이었다”며 “나는 그렇게 할 것이고, 시카고를 끔찍한 범죄에서 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