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금 북극항로를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가치’를 꼽았다.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장관은 “북극항로가 열리면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폭증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된다”며 “선박 금융부터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철강 등 기자재까지 후방 산업에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 10여년 전에도 북극항로 개발을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했다.
A : 그사이 북극 환경이 극적으로 변했다. 빙하가 더 빨리 녹으면서 2027년 혹은 2030년이면 쇄빙선 등을 활용할 경우 연중 항해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물이 축적됐고, 상업 항로로서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게 됐다. 한국도 내년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추진하고 2030년 상업항로로 활용할 계획이다.
Q :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A : 한국의 수도권 중심 일극 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부산을 해양수도,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해양수도권으로, 여기에 여수·광양까지 묶어 북극항로 경제권으로 발전시키면 새로운 성장엔진이 된다. 특히 부·울·경이 가진 항만·해운 경쟁력과 수출용 산업단지를 활용하고 인프라를 더 집적하면 북극항로가 가져올 직·간접적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Q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 북극항로는 국제해사기구(IMO) 표준에 따라 탄소를 내뿜는 배는 다닐 수 없다.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 텐데 한국 조선사들이 일차적으로 수혜를 입는다. 물동량도 늘어난다. 부산항은 환적량 기준으로 세계 2위, 컨테이너 처리량 기준으로 세계 7위다. 부산은 컨테이너, 포항은 잡화, 여수·광양은 에너지 등 항만별로 특화해서 하나의 북극항로 경제권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Q : 주변국의 움직임은 어떤가.
A : 러시아는 2035년까지 3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은 쇄빙선 15척 구매를 발표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에만 북극항로를 35번 다녔다. ‘일대일로’ 정책에 ‘빙상 실크로드’를 추가해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확 끌어 올렸다. 부산항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중국 상하이가 될 거다. 일본엔 이를 능가하는 항만 인프라가 없다.
Q :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먼저 아닌가.
A : 전쟁을 3년, 5년 더하겠나. 러시아 경제 제재가 5년, 10년 더 가겠나. 국제 정세는 유동적이고, 마지막엔 결국 경제적 이익 관계로 수렴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취할 수 없다. 러시아와 윈윈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이 매우 많을 거다. 예를 들어 쇄빙선 설계 기술은 러시아가 뛰어나지만, 실제 배를 만드는 건 한국이 한 수 위다. 러시아가 배 한 척 건조에 7년 걸리면, 우리는 2년이면 된다.
Q : 국제적 논의는 어떻게 이어갈 건가.
A : 북극 협력의 핵심 거버넌스인 북극이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나 평판은 상당히 좋다. 한국이 정식 옵서버 국가로 계속 참여해왔기 때문에 북극권 국가들과 협력이 잘 될 것으로 본다. 최근에도 노르웨이·덴마크와 해운 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Q :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A : 그간 해양수도, 국가균형발전을 외쳤지만 구호만 요란했지 구체적인 액션(실행)이 전혀 없었다. 해수부의 연내 부산 이전을 확정한 건 이재명 정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해사전문법원, 동남투자공사를 부산에 유치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