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종로, 연휘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배우 박희순이 묵묵히 응원을 보내주는 아내 박예진에게 고마움을 밝혔다.
박희순은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자 이병헌, 손예진 등 톱배우들과의 만남으로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박희순은 만수의 재취업 경쟁자 최선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선출은 단란한 가정을 꾸린 만수와 달리 아내에게 외면받고 좋아하는 위스키와 시골 산장에서의 취미 생활로 그 외로움을 달래는 인물이다.
현실에서는 동료 배우인 박예진과 단란한 가정을 꾸린 박희순은 "제 아내와 저는 선출과 다르다. 저희는 안 그런다"라고 웃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선출과 다르게 취미가 없다. 그래서 그냥 집에 있는다. 상대방이 가자고 하면 가는데 제가 어디를 가자고는 안 한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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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은 박찬욱 감독 작품의 출연이 오랜 숙원인 박희순을 위해 실제 기도까지 하며 나름의 내조를 해왔다. 이에 박희순은 "아내가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 제가 사실 '어쩔수가없다' 출연에 걱정을 많이 했다. 다른 배우들이 너무 잘해서. 내가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아내도 같이 걱정해줬는데 작품 보고는 '엄살 그만 피우라'고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해줬다. 의지가 많이 됐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역할이 탐나는 것보다도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세계를 경험했다는 것에 축하를 해줬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어떤 생각과 어떤 스타일인지 너무 궁금했다. 작은 일이라도 해보고 싶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같이 참여한 것 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VIP 시사회 와서 '좋구만'이라고 해줬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박희순은 남편이자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극 중 만수처럼 실직의 위기가 찾아온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묻는 질문에 "제가 실직당했다면 고시조(차승원 분)와 비슷할 거다. 열심히 일할 거다. 배우가 아니면 쿠팡 뛰어야 하지 않겠나. 실제로도 많은 배우들이 작품 없을 때 많이 하더라. 남들 다 하는데 못하겠나"라고 밝혔다.
이어 "어릴 때는 연극 말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성공하고 싶고, 계속 연극을 하고 싶었다. 그만두면 뭘 할지 떠올릴 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은 가정이 있고 책임져야 할 식구가 있기 때문에 나이가 있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모른 체 할 수 없다. 그만큼 책임감이 더 커진 거다. 뭐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