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25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사촌인 박철완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박 부장검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박 부장검사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박 부장검사는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과 긴밀히 소통해왔다”며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에서 일부 복구한 정보를 토대로 박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를 거친 뒤 그에게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박 부장검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법률적 조력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 도중 임 전 사단장이 박 부장검사에게 ‘박균택 의원께서 휴대전화를 확인하자는 것을 법적으로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박 부장검사는 ‘연락처 목록 정도만’이라고 답한 게 공개됐다. 이에 의원들이 추궁하자 “친척인 현직 검사에게 자문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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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방송, '김장환 목사 명예훼손' 특검 고소
전날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 측은 이명현 특검, 정 특검보, 기자 등 5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수사 자료인 김장환 목사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 사장과 김 목사는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와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수사를 받아왔다.
정 특검보는 이날 “통신내역 언론 보도는 유감이지만, 특검에서 외부에 유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김 목사는 국방부가 채 해병 사건을 재검토하던 지난 2023년 8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하는 등 구명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돼 특검은 적법하게 수사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 목사 측에 세 차례 참고인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목사 측은 이를 거부해 왔다.
특검팀은 지난 7월 18일 극동방송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한 전 사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포렌식 결과 그의 휴대전화는 자동 통화녹음 기능이 설정돼 있어 1만9000여 개의 통화 녹음이 저장돼 있었는데, 채 해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23년 7월 19일부터 1년여의 기간에는 불과 13개의 통화 녹음 파일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두 번째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3일 첫 피의자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렇게 줄줄이 엮으면 어떡하냐”라는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같은 날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이 전 장관 호주 대사 임명은 대통령실에서 추진하는 것이라 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했다”며 “임명하는 과정이 정상적이지는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