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한 달에 10만원가량을 인형 뽑기에 쓴다. A씨는 “주변에선 그 돈이면 그냥 인형을 사는 게 낫지 않냐는데, 인형 뽑기만이 주는 재미와 성취감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스트레스 풀고 주변에 선물도 할 수 있으니 돈이 아깝진 않다”고 말했다.
‘뽑파민(뽑기+도파민)’ 열풍에 전국적으로 인형 뽑기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뽑파민은 인형 뽑기를 통해 느끼는 몰입감과 만족감이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킨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형 뽑기방 등 ‘청소년게임 제공업장’ 832곳이 신규로 열었다. 2022년 215곳, 2023년 287곳이었는데 1년 새 2.9배 늘었다. 올해도 최근까지 1143곳이 새롭게 문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에선 홍대 인형 뽑기 투어, 성수 인형 뽑기 성지 등 관련 정보와 후기를 공유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 무한 경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에게 한 판에 1000원인 인형 뽑기는 가성비 좋은 성취감 획득 도구일 수 있다”며 “몇 번의 실패 끝에 인형을 획득해서 즐거움을 얻는 정도는 괜찮지만, 지나치게 쾌감을 추구하거나 중독되진 않도록 경계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안전성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인형 등 위조 제품 반입도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이 통관 과정에서 적발한 어린이 완구ㆍ문구류 위조 제품은 2023년 752건에서 2024년 4414건으로 5.9배 늘었다.
그럼에도 관세청은 2017년 이후 어린이 제품에 대한 단속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성인 대상 해외 직구 악용 사범에 대해서는 2021년 이후 매년 단속을 진행했지만, 어린이 인형·완구 등에 대한 단속은 공백이 이어졌다. 검사도 느슨해졌다. 어린이 제품 통관은 2023년 6만3713건에서 지난해 6만7183건으로 증가한 데 반해, 안전성 검사 건수는 같은 기간 5562건에서 4805건으로 감소했다.
정 의원은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인형 뽑기방에서 유해 물질이 섞인 위조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는 현실은 심각하다”며 “관세청은 어린이 제품에 대해 단속을 재개하고 안전성 검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