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또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노팅엄 포레스트가 30년 만의 유럽대항전 복귀 무대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노팅엄은 25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 라 카르투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1라운드에서 레알 베티스와 2-2로 비겼다.
이로써 노팅엄은 공식전 6경기 무승의 늪에 빠졌다. 경질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 체제에서 1무 1패를 거뒀고,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이후에도 2무 2패에 그치고 있다.
기대했던 '허니문 효과'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자신만만하게 트로피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데뷔전에서 아스날에 0-3으로 대패했다. 그는 다음 경기부턴 달라질 것이라고 외쳤으나 카라바오컵에서 2부리그 스완지 시티에 2-3으로 충격 역전패를 기록했고, 직전 경기에서도 승격팀 번리를 상대로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면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사진]OSEN DB.
노팅엄 팬들은 이번 경기만큼은 다르길 기대했다. 1995-1996시즌 이후 30년 만에 밟는 유럽 무대이기 때문. 노팅엄은 지난 시즌 누누 감독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며 프리미어리그 7위를 차지했고, 크리스탈 팰리스가 UEL 진출권을 박탈당한 덕분에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가 아닌 UEL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출발은 좋지 못했다. 노팅엄은 전반 15분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세드릭 바캄부가 안토니와 공을 주고받은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노팅엄이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신입생' 이고르 제주스가 멀티골을 터트린 것. 그는 전반 19분 모건 깁스화이트가 올려준 낮은 크로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전반 23분엔 코너킥을 정확한 헤더로 연결하며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드디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노팅엄에서 첫 승을 거두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5분을 버티지 못했다. 후반 40분 수비 집중력이 흔들렸고, 안토니가 마르크 로카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했다. 경기는 그대로 2-2 무승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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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엄으로선 아쉬운 결과다. 이날 노팅엄은 90분 동안 슈팅 16개를 날리며 베티스 골문을 위협했고, 기대 득점(xG)에서도 3.27 대 0.49로 압도했다. 그러나 결정력 부족으로 큰 기회를 4차례나 놓친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선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했던 옛 제자 손흥민이 그리웠을 경기였다.
지략 대결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팅엄이 만들어낸 대부분의 기회는 모두 전반전에 나온 기회였다. 베티스의 마누엘 펠레그리니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카드 3장을 활용하며 흐름을 바꿨고, 노팅엄은 이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후반엔 전반과 달리 유효 슈팅 1개에 그쳤다.
경기 후 'BBC'는 "노팅엄은 유럽 무대 복귀전에서 좌절했다. 노팅엄 팬들이 수십 년간 기다려온 밤이었다"라며 "경기 막판 안토니의 동점골에 좌절하기 전까진 자랑스러워할 만한 게 많았다. 포스테코글루는 전반전 선수들에게 감각적이고 모험심 넘치는 전술을 제대로 익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후반전 더글라스 루이스가 부상으로 교체된 뒤 이야기가 달라졌다"라고 짚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여전히 낙관적이었다. 그는 "선수들의 노력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어려운 원정 경기였다. 전반전 우리의 축구는 뛰어났다. 다만 경기를 끝내버리지 못한 점이 실수였다. 후반엔 조금 내려앉아 수비해야 했다"라며 "선수들과 팬들이 우리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 실망스러울 뿐이다.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승리가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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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노팅엄에 부임하며 약 3달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UEL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프리미어리그 22패로 17위에 그친 끝에 지난 6월 해고됐다. 당시 토트넘 보드진은 "감정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순 없다"라며 우승 16일 만에 만장일치로 경질을 결정했다.
노팅엄에서 재기를 꿈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는 데뷔전에서 무너진 뒤에도 스완지전부터는 "내가 원하는 진정한 팀이 시작될 것"이라고 외쳤지만, 아직까지는 결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노팅엄 축구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노팅엄은 누누 감독 시절엔 수비에 집중하며 역습을 노리는 팀이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뒤로는 라인을 높이 끌어 올리고 상대를 압박하는 팀으로 바뀌고 있다. 노팅엄에서도 공격 축구로 팬들을 즐겁게 하겠다고 선언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뜻대로다.
다만 승리로 증명해야 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그는 토트넘에서도 잘 풀릴 때는 화끈한 축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전술 유연성이 없는 모습으로 수많은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승격팀 선덜랜드와 맞대결, 미트윌란과 UEL 리그 페이즈 2차전에서도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