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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사르코지, '카다피 뒷돈 수수 사건' 1심 징역 5년(종합2보)

연합뉴스

2025.09.2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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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뒷돈 수수 혐의는 무혐의 판단…범행 공모 혐의는 인정 프랑스 5공화국 전직 대통령 첫 감옥행…조만간 구금 집행 사르코지 "프랑스에 대한 모욕…끝까지 무죄 증명위해 싸울 것"
佛 사르코지, '카다피 뒷돈 수수 사건' 1심 징역 5년(종합2보)
법원, 뒷돈 수수 혐의는 무혐의 판단…범행 공모 혐의는 인정
프랑스 5공화국 전직 대통령 첫 감옥행…조만간 구금 집행
사르코지 "프랑스에 대한 모욕…끝까지 무죄 증명위해 싸울 것"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후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건 처음이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파리 형사법원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카다피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핵심 혐의 자체는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2006년 리비아에서 프랑스에 자금이 유입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밀 계좌 등을 통해 자금이 이동해 결과적으로 이 돈이 2007년 사르코지 캠프의 선거 운동에 쓰였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당시 정당 대표로 있으면서 자기 측근과 지지자들이 대선 자금 조달을 위해 리비아 당국에 접근하는 걸 방치했다고 보고 '범죄 공모'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행위가 "시민의 신뢰를 훼손한 중대 범죄"라며 징역 5년 형과 벌금 10만 유로(약 1억6천만원), 5년간 피선거권 박탈 등을 선고했다.
법원은 징역 5년을 실형으로 선고하되 구금 영장은 추후 집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향후 1개월 이내에 검찰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소환해 수감 일자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피고인 12명 중 7명도 각각 징역 1년6개월∼6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2007년 대선에 출마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5년께 카다피(2011년 사망)와 '부패 협약'을 맺고, 리비아 정권이 그의 대선 캠페인을 위해 불법 정치 자금 5천만 유로(약 700억원)를 지원하는 대가로 산업·외교적 혜택을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같은 의혹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2012년 3월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가 2006년 12월10일자 리비아 대외정보국장 무사 쿠사의 메모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 메모에는 그해 10월6일 리비아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측근과 프랑스-리비아 중개인 지아드 타키에딘, 리비아 정보기관 관계자 등이 회의한 후 5천만 유로의 선거자금 조달이 승인됐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카다피는 2011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자신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는데도 자기 정권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프랑스 검찰은 언론 보도 뒤 2013년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돈 전달에 직접 관여했다는 중개인 타키에딘을 비롯해 리비아 정권 관계자들의 일치된 증언 등이 나왔다.
검찰은 10년 가까운 수사를 통해 카다피 정권의 돈이 바하마,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을 통해 현금이나 비밀 계좌 등의 통로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물증 확보가 어려워 최종 얼마가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에 흘러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리비아 측에서 일절 돈을 받은 게 없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법치주의에 극히 중대한 사건으로 사법에 대신 신뢰 훼손"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내가 감옥에서 자길 원한다면 감옥에서 잘 것이다. 하지만 고개는 높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증오하는 이들은 나를 모욕하려 하는데, 그들이 오늘 모욕한 건 프랑스"라며 "그리고 누군가 프랑스 국민을 배신했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여러분이 방금 목격한 이 믿기 어려운 부당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복수심도, 증오도 없지만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완전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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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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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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