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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한 만큼 제대로 해내는 것, 그것이 멘털”

중앙일보

2025.09.25 08:01 2025.09.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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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스태프로 합류한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 북중미월드컵을 앞둔 선수들의 멘털 코치를 맡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로 당초 목표 5개를 초과 달성했다. 정신의학 전문의 한덕현(55) 중앙대 교수는 그 차이를 만든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올림픽 직전 그가 멘털 코칭을 맡은 사격·펜싱(사브르)·배드민턴·유도·수영 등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8개, 동메달 3개가 쏟아졌다. 특히나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3개씩 획득한 사격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22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에서 만난 그는 파리올림픽 관련 질문을 받고 “대회 개막 석 달 전부터 일주일에 1~2차례 진천선수촌을 방문했다”면서 “오래 상담을 진행한 선수들이 올림픽 직전 국제대회에서 경기력이 급상승해 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그걸 본 다른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다가왔다”며 뿌듯해 했다.

‘파리의 기적’을 만든 그는 내년 6월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월드컵에 대비해 지난달부터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멘털 코치’로 참여 중이다. 이달 초 미국·멕시코와 A매치 평가전을 진행한 미국 원정길에도 동행해 선수단 전원과 면담했다. 지난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본선에 여자축구대표팀이 스포츠심리 전문가를 대동한 적이 있지만, 정신의학 전문의가 축구대표팀 정식 스태프로 합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명보호는 지난해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2월 아시안컵 본선 기간 중 팀의 두 핵심 멤버인 손흥민(33·LAFA)과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이 몸싸움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게 대표적이다. 한 교수는 “나 역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꼰대’ 같은 생각이었다. 젊은 선수들은 ‘밖에서 더 난리’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표팀은 연령대를 기준으로 각각 고참·중진·신예로 분류 가능한 약 4년 터울의 3개 그룹이 있다. 이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말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당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며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한 교수는 “외부의 목소리에 감독이 흔들리지 않도록 돕기 위해 ‘우리가 정말로 못한다는 게 증명되면 그때 미련 없이 나가면 된다’는 조언을 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큰일을 앞두고 긴장하는 일반인을 위해 조언을 부탁했더니 “과정 대신 결과만 집중하고 걱정하는 게 문제”라면서 “올림픽 때 선수들에게 ‘결과에 있지 말고, 과정에 있으라’고 거듭 당부했다. 내년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은 과정을, 팬들은 결과를 즐기면 된다”고 답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뇌과학연구소 연구전임의, 보스턴대 스포츠심리 연구전임의를 거친 그는 수원 삼성, FC서울(이상 축구), LG 트윈스(야구) 등 여러 프로팀에서 임상 경험을 쌓았다. 선수와의 상담 내용은 코치진에게도 철저히 비밀에 부칠 정도로 원칙을 지킨 게 신뢰를 얻은 배경이다. 그는 “스포츠 정신의학에 대해 ‘16강 실력의 팀을 4강팀으로 만드는 마법의 지팡이’로 인식해선 곤란하다”면서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의 기량을 실전에서 펼칠 수 있게 돕는 게 제1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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