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으로서 가장 괴로운 순간은 학생 자살 경위 보고를 받을 때다.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목숨을 끊었는지,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그걸 읽을 때마다 정말 견디기 힘들다. 전국 초·중·고교생 가운데 221명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첫 조사가 시행된 이래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서울에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한 학생 수는, 4년 전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믿기 힘든 통계였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자살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현상이다.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의 급격한 증가는 학교와 사회가 구조적으로 얽힌 문제에서 빚어진 비극이다. 가족 갈등, 학교 폭력, 학업 부담, 비교와 경쟁을 강요하는 문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생들을 낭떠러지로 몰아간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회적 격리의 부작용도 영향을 미친다.
자살 대책은 공동체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 가까운 일본 역시 한때 ‘자살 왕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 제정 등 정부와 사회가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뒤론, 자살률이 감소 추세로 바뀌었다. 사회적 노력을 통해 자살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음의 상처가 전혀 없는 삶이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작은 상처가 곪아서 악화하도록 방치하지 않는 것은 공동체의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학교와 사회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에 난 상처가 덧나기 전에 찾아내 치유할 책무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마음의 상처와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서울 학생 마음 건강 증진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학교와 교육지원청, 지역사회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학생의 위기 신호가 접수되면 48시간 안에 첫 개입이 이뤄진다. 서울시 내 모든 학교에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모든 학년에서 사회정서교육을 실시하고, 서울학생통합콜센터와 응급지원단을 운영하며, ‘마음치유학교’를 구축하는 등의 과제가 포함됐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다. 그만큼 위험한 정보에 노출되는 일이 잦다. 기술 발달에 조응하는 마음 건강 교육 역시 중요한 과제다. 작은 위험 신호도 놓치지 않는 예민한 접근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 교육공동체 전체가 더욱 섬세한 생명 존중 감수성을 지니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학생 자살 경위 보고서가 더는 올라오지 않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학교와 사회가 손잡고, 미래 세대의 마음 건강을 지키는 울타리가 된다면, 머지않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