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시애틀 매리너스 포수 칼 랄리(29)가 메이저리그 새 역사를 썼다. 포수 최초로 단일 시즌 60홈런을 돌파하며 아메리칸리그(AL) MVP에 가까워졌다. 시즌 전 6년 1억500만 달러 연장 계약도 ‘헐값’이 됐다.
랄리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2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 1회 솔로포에 이어 8회 솔로포를 터뜨리며 시즌 59~60호 홈런을 기록했다. 5타수 3안타 4타점을 올린 랄리의 활약으로 시애틀은 9-2로 승리, AL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했다. 2001년 이후 24년 만의 지구 우승.
이로써 랄리는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60홈런을 기록한 역대 7번째 타자가 됐다. 2001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배리 본즈(73개), 199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크 맥과이어(70개), 1998년 시카고 컵스 새미 소사(66개), 1999년 세인트루이스 맥과이어(65개), 2001년 컵스 소사(64개), 1999년 컵스 소사(63개), 2002년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62개), 1961년 양키스 로저 매리스(61개), 1927년 양키스 베이브 루스(60개)에 이어 랄리가 역대 10번째 단일 시즌 60홈런 대기록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금지 약물 복용에서 자유롭지 못한 본즈, 맥과이어, 소사를 제외한 ‘청정’ 60홈런은 루스, 매리스, 저지에 이어 랄리가 4번째.
수비 부담이 제일 큰 포수 포지션에서 첫 60홈런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미국 ‘ESPN’은 ‘시애틀의 조용하고 겸손한 포수 랄리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독점적인 클럽 중 하나인 시즌 60홈런의 일원이 됐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가능해 보였던 경이로운 성과다.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소인 예상치 못한 일 그 자체’라며 ‘2025년 시즌 전까지 랄리는 올스타에도 뽑힌 적이 없었다’고 의외의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시즌 초반 랄리를 둘러싼 가장 큰 뉴스는 시즌 개막 전날 시애틀과 6년 1억500만 달러 연장 계약이었다. 2025년부터 시작해 2030년까지 적용되는 계약으로 2031년 선수 옵션도 포함됐다. 흥미롭게도 랄리는 오프시즌에 에이전트를 스캇 보라스에서 엑셀 스포츠 매니지먼트로 바꿨다. 보라스는 소속 선수를 FA 시장에 내보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지금 와선 이 계약이 시애틀에 헐값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 시애틀 칼 랄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년 메이저리그 데뷔한 랄리는 2022년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아 27홈런 쳤다. 2023~2024년 각각 30개, 34개로 2년 연속 30홈런을 넘기며 거포형 포수로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해 AL 포수 골드글러브, 플래티넘 글러브를 받으며 최고 수비력도 인정을 받았고, FA까지 3년이 남은 상태에서 6년 1억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다. 6년 1억13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외야수 이정후보다 적은 금액. 보라스를 해고하고 일찌감치 FA를 포기하며 안정을 택했다.
연장 계약 첫 해부터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었으니 시애틀 입장에선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3~4월 10개를 시작으로 5월 12개, 6월 11개, 7월 9개, 8월 8개, 9월 10개로 꾸준하게 홈런 페이스를 유지하며 60홈런 고지를 돌파했다. 2021년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포수 최다 48홈런, 1961년 양키스 미키 맨틀의 스위치히터 최다 54홈런, 1997~1998년 켄 그리피 주니어의 시애틀 최다 56홈런을 차례로 모두 깨면서 60홈런까지 달성했다.
25일 경기 후 랄리는 “솔직히 말해서 정말 미친 일이다. 60홈런이라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서 60홈런을 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냈다”며 기뻐했다.
[사진] 시애틀 칼 랄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까지 랄리의 시즌 전체 성적은 155경기 타율 2할4푼8리(580타수 144안타) 60홈런 125타점 출루율 .361 장타율 .598 OPS .959. AL 홈런과 타점 1위이지만 저지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MVP를 안심할 수 없다. 저지는 148경기 타율 3할2푼8리(527타수 173안타) 51홈런 109타점 출루율 .455 장타율 .681 OPS 1.136을 기록 중이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등 비율 기록은 저지가 압도적이지만 포수 프리미엄으로 랄리에게 조금씩 MVP 레이스 무게가 기우는 분위기다.
시애틀 동료들부터 랄리를 지지하고 나섰다. ‘MLB.com’에 따르면 중견수 훌리오 로드리게스는 “저지도 믿을 수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랄리가 포수로서 특별한 해를 보내고 있는 만큼 MVP를 수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수 로건 길버트도 “포수로서 모든 것을 다 해내고 있다. 진정으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면 모든 것을 다 갖춰야 한다. 랄리는 그런 선수”라고 지지했다.
또 다른 투수 조지 커비도 “다른 포수들이 랄리처럼 경기를 소화하며 홈런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훌륭한 팀 리더이고, 놀라운 타자다. MVP 수상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유격수 J.P. 크로포드도 “랄리는 매일 포수로 뛴다. 가장 힘든 포지션에서 이렇게 해내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