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와 조선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경우, 북극항로 상업화가 현실화 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종전 후에 러시아 자원 수송 네트워크와의 협력이 재개되고, 항로 개방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북극항로는 중간 기항지나 보급항이 부족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원유·수소 등 대규모 자원을 운송하는 데에는 효율적이다. 일정이 유연한 에너지 수송에는 불확실성이 적기 때문에, 해운업계는 기존 수에즈운하·홍해 경로보다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팬오션은 국내 해운사 가운데 북극해 항로를 활용해 중량물을 운송한 경험이 있는 대표 기업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를 통해 7만 톤(t)급 플랜트 기자재를 한국에서 러시아로 운송했으며, 이후 발전 설비와 플랜트 장비 등 대형 화물을 잇달아 수송했다.
이에 국내 해운업계도 북극항로 상업화 가능성에 대비해 사업 타당성 검토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일부 물류기업들은 해상과 육상 또는 항공을 섞는 복합운송 방식 등을 통해 북극항로 활용 가능성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기항지가 부족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겨울철에는 해빙으로 인해 쇄빙선조차 통항이 어렵다”라며 “다양한 운송 방식을 통해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력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는 쇄빙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실적과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로 쇄빙 LNG선을 개발한 데 이어, 러시아 북극권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된 21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야말 프로젝트는 북극 야말반도에 조성된 초대형 LNG 개발 사업으로, 영하 50도의 혹한과 두꺼운 해빙을 뚫고 자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선박이 필수다. 최근 한화오션은 극지연구소가 발주한 차세대 쇄빙연구선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양방향 쇄빙 유조선을 수주한 바 있으며, 2008년에는 세계 최초의 극지용 드릴십을 수주·인도하는 등 검증된 쇄빙·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도 계열사 간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쇄빙선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한국 조선사들은 쇄빙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초격차 기술을 갖췄다”며 “북극항로가 본격적인 에너지 수송로로 자리 잡을 경우, 우리 조선업계에 구조적 성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