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19 남북 군사합의와 관련해 “합의 복원 전이라도 군사분계선(MDL) 일대 사격 훈련과 실기동 훈련을 중지하는 것이 맞는다는 게 통일부의 입장”이라고 25일 밝혔다. 다만 국방부는 이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9·19 합의 효력 정지 뒤 MDL 인근 실사격 훈련 등을 재개한 데 대해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며 이처럼 중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9·19 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 의사를 밝혔다.
국방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국방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며 일련의 실효적 조치들을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사격을 포함한 군사훈련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은 안보의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합의가 복원되기 전까지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선제적으로 취한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등과 군사훈련 중단은 성격이 다르다고 보는 셈이다.
정 장관은 정부 내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용광로에서 한 팀으로서 의견을 녹여내서 대통령이 제시한 대화와 교류 복원, 관계 정상화,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내놓은 “평화적 두 국가” 발언에 대해서는 “(남북은) 사실상의 두 국가, 이미 두 국가, 국제법적으로 두 국가”라며 “국민 50~60%가 북한을 ‘국가’로 본다고 답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강조했다.
이어 정 장관은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만큼 소모적이고 단편적인 국가성 논쟁보다는 대화와 교류를 복원하는 문제, 오랜 꿈인 북·미와 북·일 수교를 만들어내는 것이 실천적 과제로 우리 앞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체제 2정부가 가능하다는 것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2단계의 ‘국가연합(남북연합)’ 단계”라며 “점진적, 평화적 통일에서 ‘두 국가’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시급한 건 중단이란 견해도 밝혔다. “오늘 이 시각에도 북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가 4곳에서 돌고 있다”면서다. 정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3년간 ‘자유의 북진’ ‘주적’ 등을 외치며 선(先) 비핵화를 주장한 결과 북한의 핵 능력을 무한대로 늘려놨다”고 비판하면서 “현재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우라늄 보유량은 2000㎏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핵무기 1기를 만드는 데 약 15~20㎏의 고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 고농축우라늄 2000㎏은 핵무기 100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통일부는 정 장관의 발언은 “(이미 공개된) 미국과학자연맹(FAS) 등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재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없어졌다”면서 실현 가능한 돌파구는 북·미 정상회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