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25일 울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앞두고 전날 4사구 참사에 대해 언급했다.
LG는 24일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5-10으로 역전패했다. 5-3으로 앞선 6회말 불펜투수 4명이 등판했는데, 7타자 연속 4사구를 내주며 6연속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하며 5-9로 역전당해 패배했다.
6회말 이정용이 등판해 선두타자 김형준에게 안타를 맞고, 2사 1루에서 최원준에게 2루타를 맞아 2사 2,3루가 됐다. 함덕주로 투수 교체. 함덕주는 박건우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가 됐다. 데이비슨에게 밀어내기 볼넷, 이우성도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5-5 동점이 됐다.
함덕주에서 백승현으로 투수 교체. 백승현은 김휘집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5-6으로 역전됐고, 서호철을 몸에 맞는 볼로 또 밀어내기 실점을 했다. 백승현에서 이지강으로 다시 투수 교체. 이지강은 김형준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 도태훈을 초구 몸에 맞는 볼로 밀어내기 실점. 5-9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LG 백승현 / OSEN DB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7타자 연속 4사구와 6타자 연속 밀어내기는 KBO 역대 최초 불명예 기록이었다. 2위 한화 이글스가 추격해오며 우승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나와서는 안 될 참담한 경기 내용이었다.
염 감독은 “안타깝더라. 우리 잘못이다. 투수 코치와 나하고 3년 동안 그렇게 키우려고 했는데도 그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못 던진다는 것은 우리 잘못이다. 하지만 선수들도 생각을 해야 한다. 나한테 오는 기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야 되는데 그걸 모르고 넘어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3년이 지나면 또 젊은 선수들이 온다. 내년 되면 또 더 어린 선수들한테 기회가 가게 된다. 그때부터는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때 가서 정신 차리고 올라오려면 엄청 힘들어진다. 결국 절실함이 와야 사람이 바뀐다. 안타깝고, 속상하다. 그리고 투자한 시간들이 생각이 나서 더 화가 나더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함덕주 다음의 투수 순서에 대해 “승현이었기 때문에 올렸다. (남이 있는 선수 중) 제일 경험을 많이 갖고 있는 선수가 승현이와 지강이어서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는 암울했다.
LG 이지강 / OSEN DB
염 감독은 “그런데 맞는 거야, 당연히 투수니까 맞을 수 있는 건데, 스트라이크를 못 던진 거에 대해서도 엄청 화가 나죠.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얼만데, 3년 동안 그렇게 밀어주고 투자하고 교육시키고 그 시간들을 그렇게 쉽게 넘기면 안 된다. 그런데 그 나이 때는 또 그걸 잘 모른다. 지나가 봐야 안다. 나한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알아야 빨리 성장을 하는데, 보고 있으면 안타깝죠. 야구 선배로서 경험한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를 한 번 더 되새기고 생각을 하고 아무리 키워도 본인이 해야 될 몫이라는 게 있다”고 선수들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했다.
염 감독은 “어쨌든 감독하고 투수 코치가 준비를 잘 못 시킨 거니까, 3년을 시켰든 2년을 시켰든 아쉽죠. 안타깝고”라고 재차 말했다.
충격적인 패배에 대해 선수들에게 따로 메시지를 전하거나 언급하지는 않았다. 염 감독은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주면 입스가 올 수 있다. 커리어를 갖고 있는 선수라면 몰라도. 어이없게 벗어난 공을 던진다는 것은 아직 멘탈이 안 됐다는 건데, 거기서 뭐라고 하면 입스가 온다”고 말했다.
한편 LG는 25일 롯데 상대로 11-1 대승을 거두며 하루만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선발 손주영이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덕분에 불펜 필승조를 아꼈다. 한화가 이날 두산에 패배하면서, 매직넘버는 '3'이 됐다. 하루 사이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