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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희토류 찾아 뛰는데 손 놓은 한국…K방산 속탄다

중앙일보

2025.09.25 13:00 2025.09.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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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몽골 지역의 희토류 광산. 로이터

#대구에서 전기차 모터용 희토류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성림첨단산업은 다음 달이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처지다. 지난 4월 4일 시작된 중국의 중(重)희토류 7종 수출 규제로 핵심 원자재인 디스프로슘(Dy)·터븀(Tb) 수입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 동안 중국에서 수입한 양은 필요량의 단 2.5%(100㎏)에 불과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 업체는 전 세계를 돌며 대체 매장지를 물색했고, 최근 동남아에서 광산 한 곳을 찾았다. 그러나 계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책은행에 금융지원(대출보증)을 요청했지만 “광산 관련 매출이 아직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속이 타는 기업 사정을 너무 몰라준다”라고 토로했다.

#방산 대기업에 군사용 영구자석을 납품하는 경북의 중소기업 A사도 최근 원자재 부족으로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사마륨코발트 영구자석은 전차 구동계통이나 방공요격시스템 레이더 등 K-방산 수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A사는 납품처인 대기업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아직 반응이 없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이 쓰러지면 그 다음은 대기업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가 5개월째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희토류는 전기차와 방위산업 등 전략 산업의 필수 소재이지만,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경민 기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수출의 70%, 정제 능력의 85%, 합금 생산의 90%를 차지한다. 특히 이번 규제 대상인 중희토류 7종(사마륨·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의 중국산 비중은 97%다.

그 중 핵심은 전기차 모터용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자성 유지에 필수적인 Dy·Tb와 군사용 사마륨코발트 영구자석에 들어가는 사마륨(Sm)이다. 김태훈 한국재료연구원 박사는 “Dy 등 중희토류를 확보 못하면 자동차 산업도 휘청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은 군사용 모터가 견뎌야 하는 고온 환경에서도 자성을 유지한다.

성림첨단산업이 생산하는 희토류 사용 영구자석. 전기차 구동모터에 회전자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사진 성림첨단산업

문제는 국내 기업이 이들 원자재를 갈수록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입량이 급감한 데다, 일주일이면 끝나던 통관이 2개월 이상 걸린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월간 희토류 수출량은 6월 7742t에서 7월 5994t, 8월 5791t으로 감소했다.

방산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방산 부품업체들은 중국에서 완제품 형태의 영구자석을 수입해왔는데, 중국이 4월부터 완제품 수출까지 통제하면서 구할 길이 막막해졌다. 현재는 일일이 허가 받아 소량 수입하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중국이 수출을 완전히 금지하기라도 하면 K-방산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피해는 중소기업이 더 크다. 대기업은 희토류를 사전에 비축해둔 반면,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어 곧장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 부품을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받는 대기업은 사정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납기일 준수에만 관심이 있고, 원자재 수급은 ‘당신들 사정’이라는 태도였다”며 “자본력이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수출 규제를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적잖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희토류를 일부 비축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가깝다. 지난해 정부가 조성한 공급망안정화기금(약 10조원)은 해외 광산 지분에 직접 투자할 수 없고, 공단도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성과가 논란에 휩싸인 이후 해외광산 투자 권한이 막혔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희토류 확보에 정부가 뛰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 지분 15%를 인수하며 공급망 재건에 나섰다. 일본 자원공사(JOGMEC)는 2023년 호주 마운트웰드 광산에 민간 기업과 함께 2억 호주달러(약 1900억원)를 투자해 생산량의 65%를 우선 공급 받았다.

강정신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책은행·민간과 함께 해외 광산에 장기 투자해 최소 10년 이상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희토류 사용을 줄이는 차세대 영구자석 개발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효성.이수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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