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목까지 꽁꽁 싼 드레스 입혔다…재벌가 시집 간 최고 여배우

중앙일보

2025.09.25 13:00 2025.09.25 17:5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삼성은 계산법이 다르다. 값을 (여느 집안보다) 1.5배, 많게는 두 배로 쳐준다. 대신 최고의 퀄리티여야 한다. 현대가(家)는 반드시 밥을 먹여서 보낸다. 자손이 많은데, 어느 곳에서든 집사가 따라붙어 따로 식사를 챙겨준다. 일정이 빠듯하면 떡이라도 싸준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계약한 금액에서 깎아 달라는 곳도 있다.”

재벌가의 ‘스·드·메 문화’를 묻자 경력 20년 이상의 한 사진 작가는 돈 얘기부터 꺼냈다. 집안마다 내려오는 문화가 어김없이 드러난다는 얘기다. “최고 대우로 최고 성과를”(삼성), “밥상머리 교육이 먼저”(현대)라는 오랜 세월 각 기업에 뿌리 박힌 경영 컬러가 연상된다. 그가 겪은 A재벌 집안 얘기다.

2021년 언론에 공개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 경사가 있을 때 사진 왼쪽에 보이는 큰 바위를 배경으로 가족 사진을 찍기도 한다. 연합뉴스

삼성은 최고 대우, 현대는 밥 안 굶겨
장소는 서울 도심에 있는 특급 호텔. 꼼꼼하게 장비를 챙겨 약혼식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다른 사진 촬영팀도 같은 곳에서 짐을 풀고 있었다. 알고 보니 A기업 오너 측에서 두 팀을 따로 불러 놓고 “좋은 사진을 선택하겠다”고 한 것. 협력업체에 가격이나 품질을 비딩(입찰)시키듯 사진 촬영도 비슷하게 진행한 셈이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내내 긴장해서 셔터를 눌렀다. 사모님이 나중에 사진을 보더니 만족해 하면서 ‘(세월이 지나) 손녀 돌잔치 때까지 같이 가자’고 하더라. (경쟁에서) 진 팀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대기업 오너들이 그만큼 사진과 영상 기록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전문가 역시 냉혹하게 평가받는다는 뜻도 된다. 사실 A회사는 재계에서 ‘짠돌이 경영’으로 이름이 나 있다.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의 준말인 ‘스·드·메’는 결혼식 때 챙기는 ‘기본 3종 세트’다. 견적 가격이 워낙 높은 데다 옵션에 따라 널뛰기가 심해 일반인 예비부부 사이에선 ‘갑질 세트’로도 불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예비부부가 결혼식 스드메 패키지에 부담하는 비용은 평균 414만원이었다. 지난 4월 16~30일 전국 520여 개 결혼식장과 결혼준비대행업체를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다.
박경민 기자

더중앙플러스가 상류층 전문 웨딩컨설팅 업체, 커플매니저, 사진 작가, 헤어·의상 디자이너 등에게서 취재한 결과 재벌가 결혼식에서 스드메 비용은 최고급 기준으로 7500만원 선이었다. 일반인 결혼과 최고 18배가 벌어지는 셈이다.〈그래픽 참조〉

웨딩드레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결혼식의 꽃, 웨딩드레스는 시대가 흐르면서 트렌드가 달라졌다. 2000년대 초중반은 맞춤 드레스 전성시대였다. 서울 남산 소월로(한남동)에 나란히 자리 잡은 이광희부티크·서정기부티크가 재벌가 단골집으로 첫손에 꼽혔다. 노비아·이명순웨딩도 상류층이 즐겨 찾는 브랜드였다.

30년간 웨딩숍을 운영한 서정기 패션 디자이너는 단정한 디자인으로 주목 받았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점잖은 집안 사이의 결합이 많아 최대한 노출을 적게 디자인했다. 재벌가 아들과 결혼한 배우 출신 B씨도 마찬가지였다. 목까지 꽁꽁 싸맨다고 해야 하나. 그 배우 이름을 따 ‘○○○ 드레스’라고 불리며, 10년 넘게 카피본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다. 당시 예비 시어머니는 가봉을 3~5번 할 때마다 찾아와서 현장을 지켜봤다.”

(왼쪽부터) 2017년 6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녀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가 어머니 김영명 예올 이사장에게 물려받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 노현정씨와 현대가 정대선씨가 2006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결혼식이 열리기 전 기자회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씨는 가슴 부분이 다 가려진 단아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었다. 중앙일보, 뉴시스

최근 몇 년 사이 재벌가에서도 맞춤에서 대여로 눈을 돌렸다. 국내 주요 편집숍에서는 오스카 드 라 렌타, 캐롤리나 헤레나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20년 넘게 국내 정·재계 집안을 상대로 웨딩 컨설팅을 해온 조혜은 헬렌조웨딩플랜 대표는 “유학파가 늘면서 해외 브랜드에 눈을 뜬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대여도 꺼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드레스를 대여할 때도 자존심이 있다. 드레스를 빌릴 때 ‘무조건 퍼스트(첫째)’로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디자인이 있어도 새 상품을 주문한다.

하이엔드 웨딩드레스와 혼주복 등을 선보이는 이승진 디자이너(리로카웨딩)은 “하지만 정·재계에서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전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목까지 꽁꽁 싼 드레스 입혔다…재벌가 시집 간 최고 여배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6281

〈전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어요〉
☞ 재벌 시모가 지켜본 여배우 누구
☞ ‘삼성’ 이서현, 웨딩 촬영한 특별한 곳
☞ 웨딩드레스 3대째 물려 입는 가문은
☞ 재벌가 ‘한복 사랑’, 요즘 최애 브랜드는
☞ 철통 보안 속 웨딩, 0.1%만 아는 비밀




이상재.최은경([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