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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재 이유 있었네…전국 산단 95%가 관리 사각지대

중앙일보

2025.09.25 13:00 2025.09.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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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산시 대산산단 HD현대케미탈 석화 공장 전경. 대산산단은 일반산단으로 산단공의 안전관리 대상이 아니다. 나상현 기자
#지난 13일 경남 의령군 구룡농공단지에 입주한 A제조업체에선 한 작업자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사망했다. 불과 사흘 후인 16일에는 경북 칠곡군 왜관일반산업단지 소재 B제조업체에서 노동자가 작업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두 업체의 공통점은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를 체계적으로 받지 못하는 일반·농공 산단에 입주한 소규모 업체라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기준 1331개에 달하는 전국 산업단지 대부분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단지는 국가와 지자체가 기반 시설을 마련하고 기업과 공장을 집적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조성한 산업 전용 구역이다. 전국 곳곳에서 산단이 조성되고 있지만, 정작 안전관리 점검의 주체는 부재한 실정이다.

25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331개 산단 가운데 안전관리 대상은 68개(5%)에 불과하다. 산단공은 산업집적법에 따라 68개 산단에 대해 시설물 유지·보수, 위험 기계·설비 안전검사, 재난대응 훈련 등을 총괄하고 있다. 대상은 국가산단 35개, 일반산단 13개, 외국인투자지역 18개, 농공단지 2개다. 산단공 관계자는 “주로 규모가 큰 국가산단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나머지 95%(1263개)다. 산단공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산단은 각 지자체가 관리기관 역할을 맡거나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전문 안전 인력 부족과 체계적인 관리 부재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개별 기업에 대한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인력 부족으로 모든 영세기업을 밀착 관리하기 어렵고, 산단 내 종합 안전 관리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다.

특히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는 산재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산단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산단 입주기업은 12만9113개인데, 이 가운데 고용 규모가 50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이 96.2%에 달한다. 사실상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안전관리를 맡는 구조인데, 영세업체일수록 안전 담당자가 없거나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사고 위험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산업재해 예방 메시지가 적힌 근로감독관의 명함을 X(구 트위터)에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 현장에서 관련 법령이 제대로 준수되는지 지도·감독·수사하는 근로감독관의 명함 뒷면에는 '떨어지면 죽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며 산업현장에서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노동부 장관 명함에도 이 문구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안전관리 대상인 68개 산단조차 관리의 허점은 존재한다. 산단공이 점검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지도·권고’ 수준에 그칠 뿐, 법적 제재 권한이 없어 강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단을 총괄적으로 관리·감독할 주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별 모니터링 체계 구축 ▶영세사업장 특별안전점검 확대 ▶산단공의 점검·조치 권한 강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정 의원은 “전국 산단에는 약 239만명의 노동자가 일하는데 산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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