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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지역 문화·관광 연계한 K-미식벨트 만든다

중앙일보

2025.09.25 13:31 2025.09.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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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진흥원 이규민 이사장 인터뷰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한식을 글로벌 미식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진 한식진흥원]
" 문화 교류에서 장벽이 가장 높은 건 음식입니다. 먹는 일은 생명과 직결되기에 낯선 식재료와 조리법에는 쉽게 도전하기 어렵죠. 하지만 최근 한식이 드라마, 음악, 영화 속에 등장하면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한식을 다각화한다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날도 머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한식진흥원 이규민 이사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한식의 다각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식품기업과 협력해 된장·고추장·간장 등 발효 기반 소스를 개발하고, 이탈리아의 피자·파스타처럼 한식을 대표할 일상식을 발굴·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식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글로벌 관심이 높은 지금이 한식의 가치를 견고히 할 적기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한식진흥원에서 만난 이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A : 한식을 글로벌 미식 브랜드로 만드는 일이다. 최근 파인다이닝 분야에서 한식이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는 만큼, 이를 확대해 아구찜·칼국수·곰탕 같은 일상 음식도 스토리텔링과 체험 콘텐트를 통해 고유의 가치를 발산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27년 전남 목포에 개관 예정인 향토음식진흥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향토음식을 발굴·보존하고 산업화하며, 이를 지역 경제와 연결한 미식 관광으로 확장하는 ‘K-미식벨트’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 전통주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집중한다. 전통주 양조와 유통산업을 지원하고, 문화적 브랜드화를 통해 음식과 술의 결합이 하나의 고급 콘텐트로 자리 잡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Q : K-미식벨트 사업은 음식과 여행, 지역 문화가 결합한 새로운 관광모델로 보인다.
A : 한국의 고유 미식 자원을 중심으로 지역별 이야기를 담고 이를 관광 코스와 연결할 계획이다. 단순히 먹는 경험이 아니라 문화와 이야기를 체험하는 여행이 되도록 지역별 특화 콘텐트를 발굴하고 있다. 또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 개발, 지역 농가·소상공인·전통시장·식품명인 등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 관광모델이 되도록 구성했다. 해외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대표 콘텐트가 되도록 할 생각이다.


Q : 맛집 탐방이 아니라 여행 경험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음식을 단순히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조리법과 역사적 맥락, 지역 공동체의 생활 방식, 전승된 조리법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풀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종가 음식을 맛본다면 한 끼 식사가 아니라 가문의 전통과 제례 문화, 이를 계승한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전달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특색 있는 식재료로 대표 향토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배우며, 농가를 방문해 향토음식 대가나 식품명인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체험을 통한 기억으로 남는 경험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


Q : K-푸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행을 넘어 글로벌 미식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어떤 과제가 남아 있다고 보는가.
A : 지금까지 K-푸드는 한류 콘텐트와 함께 트렌드로 소비됐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정체성과 가치를 담아 장기적인 브랜드로 구축해야 한다. 특정 메뉴의 인기에만 의존하기보다 한식의 건강성과 철학을 스토리로 잘 담아 글로벌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Q : 한식의 건강성과 철학을 담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차세대 한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 장류·젓갈·식초 등은 세계 식문화 속에서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강원도의 메밀, 전라도의 남도 음식, 경상도의 곰탕과 국밥처럼 지역성을 깊이 담은 향토음식 역시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스토리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K-미식벨트 조성을 통해 더욱 확장될 수 있으며, 전통주·한과·떡·전통차를 현대적 푸드테크, 카페 문화, 디저트 트렌드와 결합하면 세계적으로도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2024년 K-미식벨트로 선정된 장벨트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재외공관에서 진행된 요리대회. 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서울에서 진행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행사에서는 환영만찬, 포럼, 시상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 한식진흥원]


Q : 한식의 세계화 전략은 문화 파급력에 의존해왔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는 현지화와 산업 지속성이 더 중요해진 상황인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A : 현지인의 식습관과 식문화에 맞는 메뉴와 조리법을 개발해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한식 메뉴 같은 것이다. 한식의 본질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현지 식문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또 안정적인 원재료 수급과 표준화된 조리 시스템, 글로벌 외식기업과의 협업 등도 여러 방향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Q : 외식업계는 인력난, 식재료 표준화 미비, 해외 진출 시 복잡한 인증 절차 등이 문제라고 말한다. 한식진흥원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A : 한식은 지역성과 다양성이 강점이지만, 해외 시장에서 동일한 품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산업 확장은 어렵다. 한식진흥원은 원재료 규격, 조리 매뉴얼, 위생·안전 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춰 정리하는 등 식재료와 조리 공정의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또 현장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외 진출 시 복잡한 절차와 높은 비용 역시 큰 문제다. 정부와 협력해 표준 매뉴얼, 인증 정보, 법규 자문 등을 제공하며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Q : 젊은 셰프들이 한식을 재해석하며 해외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인재 육성을 위한 준비나 지원 방안은.
A : 젊은 셰프 발굴과 육성, 창업 멘토링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정상급 한식당 인턴십 제공과 한식 아카데미 개설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며, 한식에 관심 있는 해외 셰프를 초청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한식 분야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업가를 위해 창업 전문가와의 1대1 코칭 및 종합 멘토링도 지원하고 있다.


Q : 마지막으로 한식의 미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A : 한식은 단순한 유행 음식이 아니다. 우리 농업과 식문화, 건강과 환경까지 아우르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제철 음식, 발효 음식의 과학적 장점,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조리법은 모두 지속 가능한 식문화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건강·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한식은 국제무대에서 미래형 식문화로 자리매김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속 가능한 글로벌 푸드, 그것이 한식의 미래다.




황정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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