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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81)내전에 끼고 국립공원서 쫓겨나고…기구한 트와족

연합뉴스

2025.09.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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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81)내전에 끼고 국립공원서 쫓겨나고…기구한 트와족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트와족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차별과 설움을 겪어왔기에 '잊힌 부족'으로 종종 불린다.
트와족은 아프리카 대호수(African Great Lakes·빅토리아호 등 아프리카 중동부의 거대한 호수들) 근처 열대우림에 산다.
성인의 평균 키가 1.5m 정도로 작은 점이 특징이다.
현재 트와족 인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르완다·우간다·부룬디·콩고민주공화국 등 여러 국가에서 약 8만명으로 추산된다.
트와족은 오랫동안 열대우림에서 사슴을 비롯한 짐승을 사냥하고 과일 등을 채집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아프리카 현대사의 내전은 트와족에게도 비극이었다.
국제기구 '대표없는 국가·민족기구'(UNPO)에 따르면 르완다에서 1994년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가 발생했을 때 트와족이 1만명 정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르완다 내 트와족 인구 중 3분의 1이 넘는 숫자다.
르완다 제노사이드는 다수 부족인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이 100일 동안 소수 부족 투치족과 온건한 후투족 등 80만 명 이상을 살해한 참극이다.
그때 르완다 인구 700만명 중 후투족이 약 85%, 투치족이 약 14%이고 트와족은 1% 미만이었다.
그런데 후투족 사이에서 트와족이 투치족에 동정적이라는 인식이 퍼진 탓에 무고한 트와족이 많이 희생됐다고 한다.
이 사실은 국제적으로 학계나 언론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트와족은 농경 부족 후투족이나 유목 부족 투치족보다 수천 년 먼저 르완다에 도착한 선주민이지만 역사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르완다 이웃 국가 부룬디에서도 1993∼2005년 내전 기간 많은 트와족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열대우림 문제는 트와족에 또 다른 고통을 안겼다.
지구촌이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콩고분지 열대우림은 브라질 열대우림과 더불어 막대한 산소를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민주콩고 등 관련국들이 그동안 목초지 및 작물 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을 꾸준히 개간하면서 트와족은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다.
거꾸로 자연보전 정책도 트와족에게 독이 됐다.
각국이 열대우림을 보존 명목으로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하면서 많은 트와족이 거주하던 곳에서 쫓겨난 것이다.
예컨대 우간다 남서부 브윈디 국립공원이 199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19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트와족이 열대우림에서 추방됐다.
브윈디 국립공원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마운틴고릴라 등 희귀 동물이 살고 있다.
르완다 늉웨 국립공원의 이면에도 트와족의 아픔이 있다.
1988년 공원·군사훈련 구역 마련 등의 이유로 트와족이 숲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열대우림에서 생활해온 트와족이 숲을 비롯한 자연 파괴에 큰 영향을 줬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보존주의에 바탕을 둔 국립공원이 트와족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다.

르완다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트와족은 전통적 생활 방식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과거처럼 수렵이나 채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고 점토로 도예품을 만들거나 일용직 노동자 등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들이 농작물 경작 등을 위해 토지를 소유한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또 트와족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교육, 보건 등 기본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트와족은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 열강에 의해 식민 통치를 겪을 때도 차별의 대상이었다.
벨기에가 르완다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통치할 때 트와족 일부가 상류층 투치족 왕실에서 일하는 등 천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국가들은 트와족을 비롯한 아프리카 단신 부족들을 '피그미'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에는 신체적 특징을 경멸하는 의미가 담겼다.
오랜 세월 눈물을 삼킨 트와족이 언제쯤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살 수 있을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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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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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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