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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617억 대박' 햄버거 비결

중앙일보

2025.09.25 16:00 2025.09.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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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올해로 5년차를 맞은 맥도날드 '한국의 맛' 시리즈. 재출시 3주만에 판매량 150만개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반응이 뜨겁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의 아이콘인 맥도날드가 어쩌다 'K스러움'에 진심을 담게 된 걸까요?

14년간 맥도날드에서 마케팅과 메뉴 개발을 리딩해온 이해연 CMO가 밝힌 비결은 명쾌했어요.

"한국 고객들은 진정성을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한국적임을 억지로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
"팀원 주도 아래 전사가 달라붙었다."

'익산' '창녕'과 같은 지역 이름과 함께 실제 한국 농부를 광고 모델로 세웠는데요. 이런 선택은 맥도날드의 브랜딩 코어와도 맞닿아 있었죠. 글로벌 브랜드가 K기획을 성공적인 무기로 만들어낸 과정을 들어봤습니다.

맥도날드 사옥에서 만난 이해연 CMO. 사진 폴인

PART 1. "웬수 같은 고구마" 진정성 통했다


Q : 한국의 맛 시리즈, 기억나는 반응이 있다면요?

"이거 맥도날드 같지 않은데?"(웃음) 5년간 한국의 맛을 진행하면서 그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마케팅팀 내부에서는 브레이버리(bravery)라는 말을 써요. 맥도날드에 대한 예상을 뒤엎고,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용기.


Q : 의외긴 했어요. 창녕, 익산, 진도라는 지역명이 글로벌 브랜드인 맥도날드와 한 번에 매치가 안 됐거든요.

'국내산'이라는 단어는 너무 평이하잖아요. 조금 더 구체성을 더해줄 장치가 뭘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지역명을 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창녕 마늘, 진도 대파, 익산 고구마…

지역과 상품명이 만났을 때 고객에게 작동할 거라 봤어요. 신뢰도도 올라가고요. 또 매장에서 주문할 때 무조건 메뉴명을 말하게 되잖아요. 일종의 지역 브랜딩이 되는 거죠. 그럼 지역 주민들도 협조해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홍보 효과도 얻고.


Q : 왜 지역과의 협업이 필요했나요?

2가지였어요. 첫번째, 맥도날드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글로벌 기업이지만 판매는 각 나라에서 하죠. '지금 그 지역 고객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좋은 음식이라 생각하는 건 뭘까 고민했죠.

그때가 2020년경이었는데요. 코로나 시기라 국가 간 교류도 적었고, 국내 이슈에 시선을 더 둘 때였어요. 점점 로컬리즘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시기였죠. 그래서 소비자 조사를 해봤어요. 한국 고객들은 식재료에 있어 '국내산=고품질'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오래된 단어지만 신토불이, 즉 원재료를 강조하면 고객 신뢰가 높아질 거라 예상했죠.

두 번째는 맥도날드가 이미 해오던 걸 널리 알리기. 사실 저희가 사용하는 원재료의 60% 이상은 국내에서 소싱하고 있어요. 이미 한국 농가에 도움을 드리고 있는데요. 이걸 고객이 알아볼 수 있도록, 눈에 보이게 강조하는 법은 뭘까 고민했어요. 그 차원에서 '한국의 맛' 시리즈가 시작된 거고요.

″국내산=고품질. 실제 고객들의 인식을 파고들면 신뢰가 생길 거라 봤죠.″ 사진 폴인


Q : 어떻게 알릴 계획이었나요?

마케팅 플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진정성을 전면에 드러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진정성이라는 게 "우리가 이만큼 했어요" 알린다고 보이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스피커를 바꿨어요. 맥도날드에서 농부님들로.

작물을 기르시는 농부님들이 직접 출연해요. 그분들의 언어로 재료를 표현하죠. 어떤 분을 모델로 할지 저희는 모르잖아요. 해당 지자체나 광고 로케이션 팀에서 추천받아요(웃음). 그분들과 사전 인터뷰를 하면서 자주 쓰는 단어를 수집하죠.

" 웬수 같은 고구마. "

이번에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광고도 이 타이틀로 시작해요. 모델분이 실제로 하는 말이에요. 고구마 키우는 게 너무 힘들고, 사시사철 잠을 못 자면서 기른대요. 그렇게 힘들어도 고구마가 너무 예쁘고 귀하니까. 그 고구마가 버거의 원재료가 돼서 기쁘다는 인터뷰 내용을 거의 그대로 광고에 녹였어요.



Q : 효과가 좀 있었나요?

'한국의 맛' 프로젝트 전체 성과를 보면 적지 않아요. 지난 4년간 사회·경제적 가치 617억원을 낸 걸로 보고 있어요. 이 가운데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이 567억원, 농가 실질 소득 증가는 45억원이에요. 첫 시리즈였던 창녕 갈릭 버거를 올해 재출시했는데요. 3주 만에 150만개가 팔렸어요. 캠페인 하나로 마케팅과 ESG 둘 다를 잡은 거죠.


Q : 진정성이 통한 걸까요?

한국 고객들은 '진정성'을 기막히게 잘 알아보세요. 글로벌 고객 중에서도 워낙 센스가 좋은 타깃으로 통하기 때문이죠. 사실 '한국의 맛' 캠페인이 잘된 것도, 결국 고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부분이 크다고 봐요.

요즘 이런저런 마케팅 활동이 워낙 많잖아요. 화제가 되기는 쉽지만 그만큼 휘발성도 커요. 사람들이 확 관심을 줬다가 금방 사라지죠. 그런데 진정성이란 뭔가를 남기는 거라 생각해요. 내 마음이 조금 더 끌리고, 공감을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진정성의 힘이고. 그게 시간이 흘러 잊히더라도, 마음에는 남게 돼요. 이걸 5년째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까 누적이 됐어요. 그 힘이 이제는 조금 커지는 것 같아요.

PART 2. 한국·글로벌 상관없다, 재밌으면 다 된다


Q : 창녕 갈릭버거의 개발 과정은 어땠나요?

마늘 맛을 제대로 보여주자(웃음). 마늘을 엄청 넣었어요. 토핑으로도 넣고, 재료 안에도 섞고요. 이 자체가 하나의 차별화라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목표는 결국 '한국인이 좋아하는 마늘 맛'을 최대한으로 구현하는 것이어서요. 다른 메뉴도 마찬가지예요. 대파, 고추 같은 한국적인 원재료를 사용했어요.


Q : 한국적이라는 걸 처음에 어떻게 정의했나요?

'한국적임'을 정의하려고 들지 않았어요. 나, 그리고 우리 타깃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게 뭘까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것이 정의될 거라 봤죠.

고객은 한국적인 것이든, 글로벌한 것이든 상관없어요.
그냥 재미있는 것에 끌리고 그걸 선택합니다.

'한국적'이라는 게 뻔하게 풀어내면 촌스러워지기 쉬운데요. 그걸 잘 풀어내는 게 디테일의 차이라 생각해요. 한국 고객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지만, 트렌디한 것만 좋아하진 않거든요. F&B 업계에서는 '할매니얼'이라는 전통 재료를 가진 메뉴가 주목받기도 하고.

2023년 진행했던 맥도날드 파밭 스토어 팝업 현장. 사진 맥도날드

결국 핵심이 뭔지는 고객들이 다 알아요. 그저 내세우려는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그리머스 쉐이크'를 출시했는데요. 이건 1971년에 만든 맥도날드 캐릭터 그리머스를 테마로 개발한 음료예요. 그런데 한국에서도 인기를 많이 끌었죠. 고객들의 흥미를 끄는 건 국적보다는 새로움인 것 같아요.


Q : 사실 ESG 마케팅은 어렵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쉬워야 합니다. ESG 캠페인에 참여한다는 감각을 고객이 자기 걸로 만들 수 있어야 돼요. 지역 상생·브랜드 이미지 제고 같은 무거운 미션은 내부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예요. 고객은 그냥 버거를 사먹기만 해도 동참할 수 있어야죠. 그런데 버거가 맛있으면 또 사먹고, 또 바이럴됩니다.

무조건 쉽게 가야 해요. 요즘은 저희가 내는 제품이 아니라, 제품을 본인의 입맛에 맞춰 조합해서 드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Q : 어떻게요?

애플파이를 선데이 아이스크림에 찍어서 드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걸 보고 오히려 저희가 배웠어요. SNS에도 비슷한 콘텐츠를 올린 적 있고요. 최근엔 고구마 후라이를 재출시했어요. 맥모닝 시간 끝나고 판매하는 상품인데요. 맥모닝 메뉴에 있는 핫케이크 시럽에 이 후라이를 찍어 먹으면 맛있다는 콘텐츠가 퍼졌어요. 그래서 아침에 가서 맥모닝 메뉴를 시키고, 시간 끝나길 기다렸다가 고구마 후라이를 사서 찍어먹는 분들도 있어요.

올해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와 관련한 소비자 SNS 반응. 사진 맥도날드

그렇게 브랜드를 고객이 직접 즐기는 방식에서 저희도 많이 배워요. 그걸 앞으로 제품을 출시할 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고요.

PART 3. 결국, 모두 리더가 돼야 한다


Q : CJ제일제당부터 네슬레를 거쳐 맥도날드 CMO가 됐어요.

여기 입사한 게 제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맥도날드에 주니어로 입사해 CMO까지 되었으니까. 이 기업문화의 혜택을 많이 봤죠. (후략)

▶ 맥도날드의 K-기획이 성과 낸 비결부터, 맥도날드만의 조직 문화가 궁금하다면? 폴인 사이트에서 인터뷰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어 주세요.
https://www.folin.co/article/12213



김혜림.황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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