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이정 기자] 블루그래스 밴드 ‘컨트리공방’은 2023년 미국 세계 블루그래스 협회(IBMA)가 주최한 국제 밴드 퍼포먼스 그랜트에서 아시아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 해 9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에서 열린 월드 오브 블루그래스(World of Bluegrass) 무대에 아시아 대표로 올라 글로벌 팬들과 만났다.
2024년에는 미국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와 ‘그레이 폭스 블루그래스 페스티벌(Grey Fox Bluegrass Festival)’ 등 10여 개의 권위 있는 블루그래스 페스티벌 무대에 초청돼 한 달간 투어를 펼쳤다. 국내에서도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을 무대로 활발한 공연을 이어가며 관객과 호흡을 나누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서울 홍대 공연장 우주정거장에서 열린 소규모 대중음악공연 지원사업 ‘2025 라라라온’을 통해 다시 관객들을 만난 이들. 이제는 무대 위가 아닌 대화 속에서, 그들의 음악과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 산하 킨디라운지가 컨트리공방과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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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팀 결성 & 음악적 색깔
- 2014년 결성 당시 ‘한국적 블루그래스’를 지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장현호(밴조)와 김예빈(보컬·만돌린)이 팀을 결성했을 때, 저희는 컨트리 음악 중에서도 대중 적인 컨트리락 색깔의 밴드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컨트리 음악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블루그래스라는 장르를 만나게 되었고, 전에 본 적 없는 악기들의 신선한 조합과 장르 특유의 에너지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블루그래스의 매력들을 저희 나름대로 연구하고 구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형 블루그래스가 된 것 같아요.
- 블루그래스라는 장르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블루그래스를 특별히 ‘한국적으로 재해석한다’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 같아요. 블루그래스의 가장 큰 매력은 각 악기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사운드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 음악 안에서 각자가 연주하는 악기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고 그 매력을 이끌어 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2. 음악 & 무대 철학
- 컨트리공방의 음악적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낯설지만 친근한, 한국 땅에 뿌리내린 블루그래스
- ‘한 마이크 합창’이라는 독특한 무대 연출 방식을 택하신 이유와 매력은 무엇인가요?
1940년대 미국 남부에서 블루그래스가 시작될 당시 음향 장치가 발달하지 않아서, 마이크 하나에 수음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어요. 라디오 방송국이나 현장 녹음 환경에서도 편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마이크의 가장 큰 매력은, 밴드가 하나의 울림으로 함께 살아 움직이는 느낌인 것 같아요. 각 멤버가 거리로 음량을 조절하는 이른바 라이브 믹싱을 하는 거죠. 관객들이 볼 때에도, 솔로를 할 차례가 되면 연주자가 앞으로 나오고, 합창을 할 때는 모두 모여드는 등 시각적인 움직임이 공연의 큰 묘미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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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외 경험 & 평가
- 미국에서 받은 평가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멤버들에게 큰 힘이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난 여름에 여러 큰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이 '나는 이 페스티벌이 시작됐을 때부터, 매년 보러 온 사람이에요. 컨트리공방의 공연이 여태 내가 본 공연 중에 가장 좋았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많이 주셨어요. 공연이 끝나면 무대 앞쪽에서 굿즈를 판매하는데, 두 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씨디를 구매하시며 악수를 청하는 눈빛들을 잊을 수 없어요.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함께 웃고 울어주는 관객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그랜드 올 오프리’에서 한국어 곡을 처음 부른 팀으로 기록되셨는데, 그 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아직도 꿈 같습니다. 곡이 끝나고 기립 박수가 쏟아질 때, 무대에 함께 서있는 멤버들에게 참 고마웠어요.
4. 멤버 & 팀워크
- 다섯 멤버의 개성과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컨트리공방에는 두명의 T와 세명의 F가 있습니다.(mbti) T들은 외부와 소통하며 실무를 맡아주고, F들은 팀 내의 따뜻한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미국 투어에 가면, 종수는 끊임없이 메일로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기하는 돈 관리 해주고요ㅎㅎ 현호, 선재, 예빈은 산책하고 장보고 요리하고 맥주 마시고 그럽니다. (하하)
- 투어 중 멤버들끼리 힘들 때 서로를 어떻게 격려하고 이끌어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멤버들 모두 착해서 서로에게 미루지 않고, 각자 할 수 있는 걸 먼저 찾아서 묵묵히 하는 편이에요. 상비약도 넉넉히 챙겨와서 아픈 사람 있으면 주고, 밥 챙겨주고. 서로 컨디션을 잘 챙겨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들고 좋아요. 가족 같은 사이가 된 거죠.
5. 국내 활동 & 팬 소통
- 전국 투어를 하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국내 팬들의 반응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희가 미국 진출을 하고 난 후에 반응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미국에서 상받고, 무대에 선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자랑스러워 해주시고, 격려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납니다.
- 해외 팬들과 국내 팬들의 반응 차이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팬들은 컨트리공방이 어떻게 결성되었는지,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또 어떻게 연습을 이어가는지까지 하나하나 궁금해하며 신기해합니다. 무엇보다도 블루그래스를 한국어 가사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고, 열린 마음으로 즐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공연 중에는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반응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기립 박수로 감동을 표현해주어 저희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공연 후에도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고, 음반과 굿즈를 구매하며 아티스트와 소통하려는 그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저희가 더 감동받았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얻은 감동을 국내 팬들께도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ㅎㅎ 해외 팬들이 보여준 열린 마음과 진심 어린 호응처럼, 국내에서도 함께 나누는 공연의 즐거움과 에너지를 경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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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앞으로의 계획 & 포부
- 이번 2025 IBMA 모멘텀 어워드 2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대한 소감과 기대는 어떤가요?
2023년에는 미국 외 전세계 팀 중 한 팀으로 선정되었지만, 올해는 현지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찹니다. 지난 23년도 미국 쇼케이스 때, 컨트리공방 보컬 예빈에게 Vocal Of The Year 수상을 예언한 팬분들이 계셨는데, 그 예언이 현실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 2025 IBMA 모멘텀 어워드는 9월 17일 테네시주 차타누가에서 개최 예정
- 앞으로 컨트리공방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국에서도 블루그래스 페스티발을 열고 싶어요! 자연 속 캠핑을 곁들인! 아주 멋진!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컨트리공방의 블루그래스 모험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멋진 음악과 공연으로 보답할게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