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의회, 자체 해산 결정…총선 1년 앞당겨 실시
재선 노리는 자파로프 대통령의 의회 통제 강화 '꼼수'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의회가 자체적으로 해산을 결정하고 총선을 1년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26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전날 의회 해산안을 표결에 부쳐 전체 의원 90명 가운데 84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11월 실시하기로 된 차기 총선은 현행법상 오는 11월 30일 이전에 실시해야 한다.
현 의회는 조기 총선일이 발표될 때까지 역할을 계속한다.
의원들이 의회 해산을 스스로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단원제인 키르기스스탄 의회 의원들은 차기 총선과 2027년 1월 실시 예정인 대선 사이의 간격이 한 달 반에 불과해 이를 늘리려고 의회 해산 절차를 지난달 중순부터 준비해왔다.
이와 관련, 울란 프리모프 의원은 "의회 해산은 정치 시스템 강화와 국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은 의회 해산을 통해 차기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선거 당국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고 관련 예산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의회 해산은 재선을 노리는 사디르 자파로프 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의회 통제권 강화를 위해 구사한 '꼼수'라고 주장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앞서 지난 6월 선거개혁을 통해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가 혼합된 당시 제도에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자금이 넉넉지 않은 군소 정당들이 후보 내기가 더 어렵게 된 상태다.
산악지대에 위치한 인구 700만명의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020년 민주화 시위에 힘입어 다음 해 1월 대통령에 오른 자파로프는 집권 이후 시민 자유를 위축하는 등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인터넷 접근 통제를 강화하고 인권단체를 비롯한 비판 세력을 가짜뉴스 확산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현재 가장 강력한 정당은 자파로프 대통령이 소속된 아타-주르트로 15개 의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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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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