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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찬스미스→PK 실축→선제골→멀티골 취소' 오현규의 기묘한 밤...'웃통 세리머니' 포효→헹크, 레인저스에 1-0 승리

OSEN

2025.09.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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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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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 '한국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24, 헹크)가 정말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다.

헹크는 2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레인저스를 1-0으로 제압했다.

험난한 승리였다. 헹크는 전반 41분 레인저스 미드필더 모하메드 디오망데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게다가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리드를 잡은 채 후반에 돌입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오현규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오현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고, 후반 10분 좋은 침투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는 후반 25분에도 영리한 움직임으로 골망을 갈랐으나 비디오 판독(VAR) 끝에 동료의 오프사이드로 득점 취소됐다. 오현규의 멀티골은 무산됐지만, 헹크는 남은 시간을 실점 없이 마무리하며 1-0 승리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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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규로선 지옥과 천당을 오간 경기였다. 그는 전반 18분에도 골문 앞에서 완벽한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논스톱 슈팅이 골대 위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대로 잔디에 얼굴을 파묻고 좌절한 오현규는 이후 페널티킥까지 놓치면서 고개를 떨궜다.

다행히 오현규는 3번째엔 실수하지 않았다. 후반 들어 심기일전한 그는 결승골을 뽑아내며 속죄에 성공했고,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지며 크게 포효했다. 정말 간발의 차로 동료가 수비 라인보다 앞서 있지 않았다면 멀티골까지 터트릴 뻔했다. 

경기 후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오현규에게 평점 7.7점을 줬다. 그는 교체되기 전까지 80분간 피치를 누비며 슈팅 7회,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 1회 등을 기록했다. 다만 빅찬스미스를 4차례나 기록하면서 기대 득점(xG) 2.78에도 한 골밖에 넣지 못한 점은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오현규가 주저앉지 않고 기어코 득점한 건 긍정적이다. 헹크는 "오현규가 팀에 보답하면서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700명의 원정 팬들 앞에서 '이제 그만!'이라고 외쳤다. 스코틀랜드에서 펼쳐진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라며 "이번 승리는 푸른 심장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큰 기쁨이다. 신트트라위던과 더비전을 앞두고 든든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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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규의 골 덕분에 UEL 무대를 승리로 시작한 헹크. 오현규 본인에게도 뜻깊은 득점이었다. 그는 최근 분데스리가 명문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무산된 뒤 3경기에서 침묵하고 있었기 때문.

올여름 오현규는 슈투트가르트 입단을 앞두고 있었다. 구단과 개인 합의를 모두 마쳤고, 그가 독일로 날아가 메디컬 테스트까지 받았다. 그러나 막판에 문제가 발생했다. 표면적 이유는 오현규의 십자인대 부상이었다. 그는 약 9년 전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고, 이로 인해 한쪽 십자인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벨기에와 독일 언론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 측에서 이적료를 800만 유로(약 132억 원) 낮추려 했고, 심지어 임대까지 제안한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당연히 헹크는 슈투트가르트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했다. 헹크 자체 메디컬에서는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지난 1년간 오현규는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는 등 경기에 꾸준히 출전해왔기 때문.

헹크 측은 슈투트가르트가 현장에서 갑자기 협상을 깼다며 황당해했다. 디미트리 콩데 헹크 디렉터가 "오현규 사건은 내가 헹크에서 10년 동안 있으면서 한 번도 못 겪어본 일이었다. 미친 하루였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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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오현규는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그는 멕시코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한국은 아쉽게도 추가시간 실점하며 2-2로 비겼지만, 오현규의 활약은 돋보였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득점 후 펼친 세리머니였다. 오현규는 골망을 가른 뒤 자신의 무릎을 가리켰고, 두 팔을 벌려 '십자인대? 뭐가 문제야?'라고 묻는 듯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경기 후 특정 팀을 저격한 건 아니라며 "무릎이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으나 어느 정도는 슈투트가르트를 향한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 헹크도 놓치지 않고 슈투트가르트에 한 방 먹였다. 헹크 구단은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현규의 슈팅 사진을 올리며 "오현규 vs 메디컬 테스트, 1-0 승리. 그는 한 골을 넣었고, 어시스트도 하나 기록하며 멕시코를 상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라고 적었다. 대놓고 슈투트가르트를 저격한 것.

다만 오현규는 헹크에 복귀한 뒤 상승세가 꺾이면서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유럽대항전에서 보란 듯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그간의 울분을 씻어냈다. 마침 슈투트가르트 역시 UEL에 출전 중이기에 오현규의 골을 분명 지켜봤을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사진] 헹크,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대한축구협회.


고성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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