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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보복…'정적' 전 FBI국장 연방대배심 기소 결정

중앙일보

2025.09.25 19:02 2025.09.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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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의회에 출석해 증언하던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 A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대배심이 25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의회 허위 진술과 러시아 조사 방해 혐의로 버지니아 연방 법원에 기소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코미 전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은 2020년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증언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코미 전 국장은 다음달 9일 마이클 나흐마노프 연방 지방 법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

코미 전 국장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두려움은 폭군의 도구다. 나는 두렵지 않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금까지 만난 최악의 인간 중 하나는 FBI의 전 부패 국장 제임스 코미”라며 “이제 우리나라에 대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기소를 “전례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와 코미의 수년간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임명된 코미 전 국장은 2016년 대선을 전후해 러시아가 트럼프 캠프를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의 수사를 지휘하다가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 해임됐다. 이후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는 도덕적으로 부적격하다”고 공개 발언을 이어왔고,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청문회와 언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며 사건을 담당한 에릭 지버트 버지니아 동부 연방검사장에게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지버트 검사장이 사건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코미 전 국장 기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해임한 뒤 후임으로 백악관 보좌관 출신이자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린지 핼리건을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정치적 적들에 대한 정의 실현”을 강조하며 법무부에 신속한 조치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이날 전 FBI 국장의 기소 소식을 환영했다. 현 FBI 국장인 카쉬 파텔은 SNS에서 “너무 오랫동안 전(前) 지도부와 그 조력자들이 연방 법집행을 정치적으로 무기화해 공공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특히 러시아 스캔들(Russiagate)처럼 법 집행의 정치화가 노골적이었던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도 “권력을 남용한 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이번 기소는 미국 국민을 호도한 자들을 단죄하겠다는 법무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현직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증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전직 FBI 국장을 기소하는 것은 심각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로이터는 “다른 검사들이 핼리건 검사장에게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기소에 반대했다”는 내부 소식통 발언을 전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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