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앞바다 긴장…구호선 노린 드론 기습 속 유럽 호위함 집결
'이스라엘 배후' 추정 드론 공격…이탈리아·스페인 호위에 그리스도 가세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 선단이 연거푸 드론 공격을 받는 와중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이를 호위할 군함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를 해상 봉쇄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의 구호품 전달을 막는 상황에서, 유럽 주요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구호 선단 호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 '글로벌 수무드 함대'(GSF)는 가자에 구호품을 전달하겠다며 민간 선박 약 50대를 동원해 지난 1일 스페인에서 출항했다.
배에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해 각국 변호사, 의원, 활동가들이 탑승했다.
선단은 지난 23일 그리스 최남단 가브도스 섬에서 남쪽으로 약 56㎞ 떨어진 공해에서 기습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선박 일부가 파손됐다.
이스라엘은 드론 공격의 관여 여부는 밝히지 않았으나, GSF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GSF는 "이스라엘 군용 드론이 통신을 교란하고 노래를 틀었다"고 주장했다.
공격 몇시간 후 이탈리아 국방부는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프리깃함을 급파했고, 곧 다른 함정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이는 전쟁 행위도, 도발도 아닌 인도주의적 조치"라며 "국가가 시민에 대해 지켜야 하는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벨기에, 프랑스 등에 GSF 선단에 탑승한 자국민들을 위해 필요시 지원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국영통신사 안사는 현지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 정부가 선단에 대한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스페인도 이 계획에 동참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GSF 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5개국 국민이 가자 주민에게 식량을 전달하고 고통에 연대를 표하기 위해 선박에 탑승했다"며 국제법 존중과 안전한 항해의 권리를 강조했다.
그리스도 현재 자국 해역에 있는 GSF 선박들의 안전 운항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게오르그 게라페트리티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로이터에 "우리는 이미 이스라엘 정부에 그리스 국민의 (GSF 선단) 참여에 대해 알렸다"며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라페트리티스 장관은 일단 군함 파견 계획은 없다며, 드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전면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이탈리아는 구호품을 키프로스에 하역한 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청을 통해 가자에 전달하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이스라엘도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GSF 측은 '가자 봉쇄를 깨고 주민들에게 직접 구호품을 전달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거부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GSF가 타협안을 거부한 것은 "그들의 실제 목적이 구호가 아니라 도발, 하마스 지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사르 장관은 "이스라엘은 선단의 전투지역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합법적인 해상 봉쇄를 위반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GSF는 이날 아침 현재 그리스 영해에서 저속 항해 중이며, 밤새 '중간 수준의 드론 활동'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선박에 탑승했던 이탈리아 야당 소속 아날리사 코라도 유럽연합(EU) 의원은 로이터에 일부 탑승객들은 떠나기로 했으며, 다른 활동가들로 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라도 의원은 "긴장이 고조되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하선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위험 수준이 이제 감내하기 어려운 없는 수준이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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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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