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괴물 산불' 전국 난리 속에…소방서장 근무 중 '막걸리 산행' 논란

중앙일보

2025.09.25 20:56 2025.09.25 22: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3월 25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한 도로 밖에서 산불이 치솟고 있다. 김정석 기자


4월 소속 간부 6명과 '음주 산행'

전북 지역 한 소방서장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월 근무 시간에 부하 간부 여럿과 산행하며 술을 마셨다는 '음주 산행' 의혹이 제기돼 감사원이 조사 중이다.

26일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 한 소방서장(소방정) A씨(50대)의 부적절한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가 지난 8월 감사원에 접수됐다. 진정서에 따르면 A 소방서장은 평일인 지난 4월 17일 오후 2시쯤 소방행정팀장·구조대장·대응팀장·예산장비팀장·예방안전팀장·○○센터장 등 소속 간부 6명과 함께 산행을 다녀왔다.

이들은 이날 1시간 30분가량 산길을 걸으면서 중간에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진정서에 첨부된 사진엔 A 소방서장 등이 가방에서 과자 등 안주를 꺼내 일회용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르는 모습이 담겼다. 진정인은 "A 소방서장은 근무 시간에 순찰 등을 빙자해 화재 출동에 대비해야 하는 간부들을 데리고 산행해 관내 긴급 상황 발생 시 대비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화한 '괴물 산불'의 영향으로 신라시대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의성군 단촌면에 설립된 최치원문학관이 폐허로 변했다. 연합뉴스


소방서장 "부적절한 처신…깊이 반성"

해당 시기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남긴 이른바 '괴물 산불'로 전국이 애도 분위기에 잠긴 때였다. 지난 3~4월 경북 의성, 경남 산청, 울산 울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유·공공 시설 피해액 1조818억원, 복구비 1조8809억원으로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사망 27명·부상 156명 등 183명의 인명 피해가 났고, 10만4000㏊ 산림이 소실됐다.

이와 함께 A 소방서장은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진 지난 3월 25일 근무가 끝난 뒤 소속 간부들과 공연을 보고 술을 마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소방청은 같은 달 22일 경상권을 중심으로 산불이 확산하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 전국 소방차 320대가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A 소방서장이 지휘하는 소방서는 당시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른 '지원 시·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국 소방관은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전북소방본부는 A 소방서장 의혹 관련 기초 사실관계를 파악해 감사원에 보고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A 소방서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A 소방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진정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지만, 4월 '음주 산행'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감사원 조사 때) 사실관계를 인정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소방서장으로서 전북도와 관할 지역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도민과 국민에게 사과드리고, 향후 상급 기관의 후속 조치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