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이마트 부문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백화점 부문으로 계열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후 첫 대규모 인사다. 건설·면세점 등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수장들이 교체됐고, 80년대생 대표들이 대거 발탁되는 등 성과주의와 세대교체 방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인사에 대해 위기 극복과 경쟁력 회복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어느 때보다 성과주의 기조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에서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그룹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 문성욱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8개 계열사 대표가 바뀌었다. 신규 임원 32명 중 14명(약 43%)이 40대로, 그룹 전체 임원 중 40대 비율이 종전의 2배인 16%로 늘며 젊은 인재들에 힘을 실었다.
대표적으로 지마켓은 지난해 7월 정형권 대표를 임명한 지 약 1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신임 대표 자리에는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이 내정됐다. 1985년생인 장 대표는 알리바바 동남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 경영 경험이 있는 이커머스 전문가로, 향후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JV) 자회사로서 지마켓을 이끌 예정이다.
뷰티·패션 사업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윌리엄 김 대표가 물러나고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총괄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코스메틱 부문은 이번 인사 때 둘로 나뉘어 1부문에는 1980년생 서민성 대표가, 2부문에는 1985년생 이승민 대표가 각각 선임됐다. 서 대표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서 뷰티 혁신 전략 수립을 주도했던 인재로 꼽힌다. 이 대표는 기존에 비디비치, 어뮤즈 등 신세계 뷰티 브랜드를 총괄했으며, 신세계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CEO)가 됐다.
면세점 계열인 신세계디에프(DF)에는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선임됐다. 조선호텔,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한 이 신임 대표는 올해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면세사업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 외 신세계푸드에는 임형섭 B2B 담당이, 신세계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에는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로 알려진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새 대표로 선임됐다.
사장 승진자는 2명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 파크’ 개점 등 백화점 혁신을 주도해온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대표는 신세계 센트럴 대표를 겸직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할 예정이다.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유경 회장의 남편이기도 한 문 대표는 새롭게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겸직하며 온라인 영역서 사업 시너지를 낼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보다 약 한 달 앞당겨 시행됐다. 신세계그룹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회사가 당면한 과제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조기 인사를 결정했다”며 “성과주의를 구현한 새로운 리더십을 토대로 본업 경쟁력 극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