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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하얗게 센 尹 "계엄선포문 사후 문건, 부속실장 나무랐다"

중앙일보

2025.09.25 21:48 2025.09.26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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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0시16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내에 머리가 하얗게 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들어섰다. 뒷머리를 짧게 치고 남색 정장을 입었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3617번)가 쓰인 흰 명찰을 달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전 대통령은 다리가 불편한 듯 천천히 걸어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카메라 8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걸음을 따라 천천히 방향을 돌렸다.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뒤 한번 방청석을 둘러보고 자리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은 무표정하게 검사석 측을 바라봤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에 나서 계엄 선포문 사후 부서 의혹을 해명했다.



尹, 85일만에 재판 출석…사상 첫 공판기일 중계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백대현)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한 건 약 79일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지막으로 내란 재판에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11회 연속(85일간) 불출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재판부가 특검의 재판 중계 신청을 허가하면서 이날 재판 전체가 중계됐다. 실시간 중계가 아니라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한 뒤 개인정보 등을 가리는 비식별 조치를 거쳐 공개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공판 시작 전 언론사의 법정 촬영도 허용했다. 하급심에서 선고가 아닌 재판 과정이 중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선고만 중계됐다.

재판장이 “윤석열 피고인 입정시키십시오”라고 지시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피고인 대기실을 통해 법정에 들어왔다. 윤 전 대통령은 흰 셔츠와 남색 재킷과 바지를 입은 채 천천히 걸어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30초간 윤 전 대통령의 입장 및 착석 촬영이 이뤄진 뒤 재판장이 퇴정을 명령하자 법원 측 중계용 카메라를 제외한 언론사 카메라 6대는 법정에서 나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이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백대현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청석 양 끝에서 카메라 2대가 돌아가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자 윤 전 대통령은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이어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은 ‘성명이 어떻게 되십니까’라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윤석열입니다”라고 답했다. 생년월일을 묻는 질문에 “60년 12월 18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 원치 않으시죠’라는 질문에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尹 “사후 부서 문서를 부속실장이 올려 제가 나무랐다”

이날 1차 공판은 약 2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다. 검찰 측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이 시작되자 윤 전 대통령은 모니터에 띄워진 파워포인트(PPT) 화면을 바라보며 무표정으로 특검 측 발언을 들었다. 반면 변호인단의 발표가 시작되자 화면에 집중하는 듯 몸을 앞으로 약간 숙여 책상 위에 양손을 모았다. 왼쪽에 앉은 송진호 변호사에게 짧게 무언가를 지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에 나서 강의구 당시 대통령 부속실장 등과 함께 계엄선포문 사후 문건을 만든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12월 7일에 서명하러 왔길래, 사후 부서 문서를 국방부 담당자가 작성해서 올려야지 부속실장에서 작성하면 되나, 제가 나무랐다”며 “한덕수 총리가 의결하면 저한테는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히 동의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진 보석심문에 대한 특검 측 중계 신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보석 심문 절차의 경우 공소사실과 직접적 관련 없는 건강 상태, 질병 등 내밀한 신상정보와 사생활이 포함될 수 있다”며 “공개해서 얻어지는 공익과 침해되는 피고인의 사생활의 자유와 인격적 이익을 비교할 때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재판부 결정에 따라 보석심문 기일은 카메라가 퇴장한 채 공개 진행됐다.



법원 앞 지지자들, 뉴스 속 尹 보며 숨죽여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지지 집회를 열고 있다. 이아미 기자
서울중앙지법 앞 정곡빌딩 인근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유튜버 5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보석청구 인용하라’ ‘윤 대통령 해방하라’라고 쓰인 피켓과 대형 태극기도 등장했다. 이들은 숨죽인 채 방송차 속 뉴스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을 바라봤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법원 청사 동문 인근에서도 지지자 20명가량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다.

법원 경내에서도 이날 지지자와 유튜버 약 50명이 성조기와 태극기, ‘YOON AGAIN’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들어와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곳곳에 경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청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최서인.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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