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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비 예보에 우산 챙긴 로봇…구글, ‘행동 전에 생각하는’ 로봇 AI 모델 공개

중앙일보

2025.09.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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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로보틱스 1.5가 적용된 로봇 아폴로가 연구자의 명령에 따라 짐을 싸기 전 생각하는 모습. 사진=구글 동영상 캡처

구글이 인간처럼 계획하고 추론하는 로봇 AI(인공지능) 모델을 공개했다. 단순히 사람 명령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알아서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갖췄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지면서 로봇의 일상화·상용화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다.

무슨 일이야
구글의 AI 조직 딥마인드는 24일(현지시간)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로봇 AI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 1.5’를 공개했다. 모델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로보틱스 1.5’는 물체를 인식하고(시각) 지시를 이해해(언어) 이를 물리적 동작(행동)으로 옮기는 VLA(시각·언어·행동) 모델이고, ‘로보틱스 ER 1.5’는 계획과 추론을 통해 명령을 완수하는 모델이다. 두 모델은 모두 제미나이 기반으로 구축됐고, 각자 역할에 특화되도록 서로 다른 데이터셋으로 학습됐다. “두 모델이 결합했을 때 다양한 환경에서 로봇의 적응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 구글 측의 설명이다.

무슨 의미야
지난 3월 ‘제미나이 로보틱스 1.0’ 첫 공개 후 반년 만에 이뤄진 업데이트다. 구글은 이번 모델이 15개 벤치마크에서 동종 모델 대비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벤치마크 테스트 점수를 더한 종합 점수에서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1.5는 62.8점을 받았는데, 오픈AI의 챗GPT-5(60.6점) GPT-5미니(57.3점)보다 높았다. 6개월 전 공개한 1.0 버전과 비교했을 때, 8.6점 올랐다.

이전 버전은 한 번의 명령에 단일 작업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다단계 작업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캐롤리나 파라다 구글 딥마인드 수석 디렉터는 “지금까지는 한 번에 하나의 지시를 수행했다면 이제는 물리적 과제에 대한 이해와 복잡한 다단계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추론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ER 1.5’와 VLA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 1.5’가 어떻게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고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사진 구글

뭘 할 수 있어?
이날 구글이 공개한 영상에서 시연자가 런던 여행을 위해 모자를 가방에 넣어달라 요청하자, 로봇은 비 예보를 확인해 우산을 함께 챙겨 넣었다. 또 책상 위 과일 껍질과 캔 등을 분류해달라는 지시에, 로봇은 자신이 샌프란시스코에 있음을 인식하고 웹에서 재활용 관련 규정을 검색해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류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1.5가 적용된 양팔 로봇 알로하가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구글 동영상 캡처

기존에는 로봇마다 형태·크기·감지 능력·자유도가 달라, 한 로봇이 배운 동작을 다른 로봇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구글은 제미나이 로보틱스 1.5를 통해 학습한 동작을 서로 다른 로봇에 전이(transfer)하는 데 성공했다. 구글은 자사 양손 로봇 알로하2에서 훈련된 모델을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아폴로’와 양손 로봇 ‘프랭카’에 적용했을 때 동일하게 작동했으며, 그 반대도 가능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몸체에 같은 지능을 입힌 셈이다.

왜 중요해
로봇이 단순히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넘어, 실제 상황에서 사고하고 추론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로봇의 일상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구글은 “제미나이 로보틱스 1.5는 물리적 세계에서 AGI(범용 인공지능)를 실현해 나가는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사고·계획·일반화까지 가능한 에이전트형 능력을 도입해,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 속에서 더 유용하고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로봇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추론 능력을 발전시킨 로봇 모델을 공개했다는 소식 이후 26일 장 초반 국내 로봇 관련 종목의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현재 구글은 ‘로보틱스 ER 1.5’를 개발자용 API로 공개했으며, ‘로보틱스 1.5’는 파트너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으로는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로봇이 오류 없이 작동할 수 있게 해야하고, 인간 수준 속도·반응도 필요하다. 빨래 개기나 신발 끈 묶기 같은 정밀 작업을 위한 손재주 등도 개선 과제다. 현재 구글은 ‘로보틱스 ER 1.5’를 개발자용 API로 공개했으며, ‘로보틱스 1.5’는 파트너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팩플: 🤖휴머노이드 시대의 개척자들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서 심상찮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어떤 회사는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하루 여덟 시간씩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하고, 또 다른 회사는 직원 거실에 로봇을 들여보내 청소와 빨래를 시킨다.개발 단계에 머물던 로봇이 어느새 일상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

이 흐름의 최전선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다. 방식은 달라도 목표는 같다. 휴머노이드를 산업과 생활 인프라에 뿌리내리는 것. 팩플은 미국과 중국 현장에서 만난 휴머노이드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한다.

①[미국편] “새우 까게 하는 게 최종 목표” 집안일 로봇 만든 그 CEO 누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8872

②[중국편] 미국 챗GPT 나오자 각성했다…“휴머노이드 세일” 중국 노림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9933
김혜미 디자이너



어환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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