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경북대병원과 전북대병원은 이번 하반기 모집에서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를 3명씩 뽑으려 했지만 단 한 명도 충원하지 못했다. 화순전남대병원 역시 2명을 모집했으나 결과는 0명이었다. 의료계에선 "암 치료의 3대 축인 방사선 치료가 지역에서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전문과목 연차별 모집 결과'에 따르면,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방사선종양학과는 비수도권에서 단 3명만 선발됐다. 이들은 모두 3년 차 전공의로, 1·2·4년 차는 0명이었다. 선발 비율은 비수도권 12.5%(12명 중 3명), 수도권 45.8%(59명 중 27명)에 그쳤다. 서울과 부산 등을 제외한 인천·경기·대구·강원·전북·전남 지역 병원들은 정원을 신청했지만, 지원자가 전무했다.
방사선종양학과는 개원이 불가능해 대표적인 기피 과로 꼽힌다. 한 대학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신규와 4년 차 전공의가 없다면 전문의 배출은 사실상 끊긴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활동 중인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수는 곧 300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학회)에 따르면 방사선 치료는 수술·항암과 함께 표준 암 치료법(3대 암 치료 요법)으로 꼽힌다. 전체 암 환자의 30~40%가 대상이다. 특히 고령 환자에게 수술·항암 치료보다 부담이 적어 접근성이 높은 치료법이다. 다만 수 주 동안 치료를 매일 받아야 해 지방 환자가 수도권 병원을 오가며 치료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대한방사선종양학회 홍보이사)는 "지역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방 환자가 항암 치료를 지역에서 받더라도 방사선 치료 때문에 결국 서울로 가야 하는 비극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방사선 치료는 고령화 사회에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며 "현재처럼 수도권 쏠림과 지역 공백이 이어진다면 전국적으로 암 치료에 빨간 불이 켜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 병원들은 교수 인력이 1~2명에 불과해 이탈이 있다면 폐과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학회는 ▶지방 전공의·전문의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국가 차원의 방사선 치료 장비 및 운영 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역 의료 살리겠다는 정부 "지역의사제·공공의대 도입"
전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거리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취임 후 첫 정책 간담회에서 "이달 전공의 복귀 이전이지만 충북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단 한 명이었다. 그가 곧 충북 전체 전공의라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 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은 "올해 안에 공공의대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립 의대 신설을 검토할 수 있고, 지역 의사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고, 별도로 공공 의대를 세우는 동시에 의대가 없는 지역에는 국립 의대를 신설하는 구상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진정 국면에 들어선 의·정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사선종양학과는 어떤 곳 (출처: 아주대병원 홈페이지)
방사선종양학과는 방사선을 이용하여 종양을 치료하는 '방사선치료'를 하는 곳이며, 방사선 치료는 수술 및 항암 화학요법과 함께 종양의 3대 치료요법 중의 하나입니다. 방사선은 에너지를 가진 빛 혹은 입자로서 종양세포에 에너지를 전달해서 주로 핵산(DNA)을 파괴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