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수배범' 네타냐후 유럽 영공 피했나…먼길 돌아 뉴욕행
유엔총회 참석차 13시간 비행…최단 항로 대신 우회하느라 2시간 더걸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배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면서 최단 경로 대신 2시간이나 더 걸리는 항로로 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로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를 태운 비행기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약 13시간이 걸려 뉴욕 JFK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민항기의 경우 동일한 구간을 운항하는 데 1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간이 금'인 국가수반을 태운 전용기가 민항기보다 오래 걸리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미국 ABC 방송은 네타냐후 총리 전용기가 유럽 주요국 영공 통과 경로를 선택하지 않아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텔아비브에서 뉴욕에 가는 가장 짧은 하늘길은 그리스를 지나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 전역을 횡단하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전 방미 때도 이 경로를 이용했다.
그러나 이날 네타냐후 총리 전용기는 텔아비브를 이륙해 그리스와 이탈리아 상공을 스쳐 지나간 뒤 지중해로 향했다.
그 뒤로는 스페인 남부와 모로코 북부 사이에 위치한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 대서양을 건너 뉴욕으로 가는 '지그재그' 루트를 그렸다.
네타냐후 총리 전용기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이 헝가리를 제외하고 모두 ICC 회원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유럽 영공을 최대한 피하는 경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ICC는 지난해 11월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ICC 회원국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 영토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ABC 방송은 ICC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후 그가 유럽 영공을 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스스로 먼길을 돌아가는 비행경로를 선택한 것인지, 유럽 국가들이 영공 통과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총리 전용기 항공 경로에 대한 ABC 논평 요청에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스티브 겐야드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일부 국가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국 영공 통과 허가를 내주는 문제가 정치적으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겐야드 전 부차관보는 "예전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네타냐후가 탑승한 비행기의 경로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며 "기술이 이러한 작은 방식으로 외교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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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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