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초강력 태풍 라가사가 휩쓸고 간 대만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전 경고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대피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집권당 의원들이 야당 쪽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공모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26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싱가포르 중국어매체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과 태풍 피해 지역인 화롄현 당국이 대피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책임 공방 중이다.
대만 임업보육서(산림청)는 7월부터 9월 사이 16차례에 걸쳐 긴급 통지를 발령했고 이 중 9건의 적색경보가 태풍과 직접 관련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피해 발생 전 정부의 충분한 사전경고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이에 화롄현 당국은 해당 9건이 연속된 즉시 대피 명령은 아니었으며 (대피와 관련해) 전화, 소셜미디어, 공지 등을 통해 주민들에 통지했다고 반박했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 소속인 화렌현 현장인 쉬천웨이는 "대피 대상은 처음에 60명가량이었으나 태풍이 접근하면서 약 8천명(1천800가구)으로 확대됐으며 우리는 중앙 정부 지침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쉬 현장이 태풍 피해가 발생하기 전 해외에 있었다는 점이 논란거리가 됐다.
그는 지난주부터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현 대표단 일정으로 해외에 머무르다가 태풍 소식에 지난 22일 화롄으로 돌아왔다.
민진당 입법위원 왕팅위는 "사전에 9번의 대피 통보가 있었음에도 화롄현 현장은 해외에 있었다"라면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민진당 소속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이 화롄현의 책임을 부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담긴 대화방 캡처가 유출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국민당 입법위원 뤄즈창은 "14명이 사망하고 아직도 많은 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들이 무너졌다"라면서 "그런데도 민진당은 야당을 어떻게 공격할지나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피 방식을 둘러싼 지적도 제기됐다.
대피자 6천843명 중 5천348명이 자신이 사는 건물의 높은 층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수직 대피'를 했고, 나머지만 다른 지역으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현재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으며 실종자 11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재난 복구작업에 군을 동원했다.
라이 총통은 지난 25일 국군에 민가에 들어가 복구작업을 도울 것을 지시하면서 "재난 구호를 전투로 생각하고 재해 지역을 전력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7월 태풍 피해 때 그는 모든 것을 국군에 의존할 수 없다면서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