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공수처 '뇌물 의혹' 부장판사 압수수색…전주지법원장 "조사 결과 나올 때까지 재판은 그대로"

중앙일보

2025.09.26 00:34 2025.09.26 00:4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교 동문인 전주지법 소속 A 부장판사와 지역 로펌 B 변호사 간 뇌물 의혹과 관련해 전주지법을 압수수색한 26일 법원 청사 주변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고교 선배’ 변호사에게 370만원 금품 받은 의혹

전주지방법원(이하 전주지법)이 초상집 분위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6일 전주지법 소속 부장판사 A씨(43)가 고교 선배인 지역 로펌 대표 변호사 B씨(47)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의혹과 관련해 A 부장판사 집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다. B 변호사 주거지·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가 법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2020년 7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주지법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건 최초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25일 본지 보도( [단독]"변호사 남편이 판사에 밑밥"…법원 뒤집은 '뇌물죄 전쟁')로 처음 알려졌다. 이날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를 형법상 수뢰·뇌물공여죄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됐다. 이에 전북경찰청은 “현직 판사는 법률상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며 지난 5월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다.

전주지법 소속 A 부장판사의 아내가 지난해 3월 B 변호사 로펌 측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사무실에서 B 변호사의 초등학생 아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A 부장판사 아내는 이곳에서 바이올린 교습소 개설을 준비했지만, 건물 용도 변경이 불발돼 무산됐다. 사진 B 변호사 아내 A 부장판사의 아내가 지난해 바이올린 교습소 개설을 준비하기 위해 B 변호사 로펌 측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사무실. 용도 변경 불허로 정식 영업을 못하고, 지난해 10월쯤 문을 닫았다. 사진은 지난 4월 21일 모습으로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김준희 기자 B 변호사가 지난해 9월 4일 A 부장판사 부부에게 추석 선물로 건넨 견과류 선물 세트. 이 안에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가 들어 있었다는 게 B 변호사 아내 주장이다. 사진 B 변호사 아내


A 부장판사 “청탁과 무관…300만원은 아내 레슨비”

고발장엔 바이올리니스트인 A 부장판사 아내가 B 변호사 로펌 소유 사무실(111㎡)을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간 무상으로 사용하고, B 변호사 초등학생 아들의 바이올린 레슨비 명목으로 현금 300만원과 향수·옷 등 37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게 위법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고발인은 B 변호사와 이혼 소송 중인 아내였다. B 변호사 아내는 “남편 로펌의 소송 사건들은 A 부장판사가 소속된 법원에서 다루기 때문에 두 사람은 직무상 관련성이 있다”며 “평소 남편이 ‘A 부장판사가 우리 로펌을 많이 도와주고 앞으로도 도움받을 일이 많아 이렇게 밑밥을 깐다’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부장판사는 당시 중앙일보에 “B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로펌 사무실 무상 사용 의혹과 관련해선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약정상 교습소를 정식으로 열면 보증금과 월세를 주기로 했는데 용도 변경 자체가 불발되는 바람에 월세를 낸 적은 없다”고 했다. B 변호사가 지난해 9월 4일 A 부장판사 아내에게 준 현금 300만원은 “뇌물이 아니라 B 변호사 아들 1년치 레슨비”라는 게 A 부장판사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정재규 전주지법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법원의 영장에 의해 하는 것(압수수색)이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A 부장판사가 맡은 재판은 그대로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사법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26일 전주지법 청사 모습이 조형물 안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김준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